정치 >

[한미정상회담]대북주도권·FTA·중국까지 아우른 '고수'들의 외교전(戰)

【워싱턴(미국)·서울=조은효 박소연기자】 한미 정상이 안보와 경제를 아우르는 '더욱 위대한 한미동맹'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북핵 문제 해결은 우리가 운전석에 앉고, 미국은 조수석에 앉아 함께 협력해 갈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이 미국의 지지를 얻었고, 돌발적인 방식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방위비 분담금·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은 '고위급 협의'라는 형식으로 곧 착수될 것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주고받기'처럼 보이지만 미국이 얻은 것은 또 있다. 양국 공동선언에 '한·미·일 안보방위협력'을 명시해 미국의 '중국 견제'에 우리가 암묵적으로 동의한다는 메시지를 확보한 것이다. 이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미·중 사이에 끼인 우리나라의 '묘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제재 병행 △한반도 통일환경 조성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 △조건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균형무역 촉진 등을 골자로 하는 '한미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한미 정상은 우선 북핵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최대의 압박'을 가하는 한편 '올바른 여건'이 되면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의 압박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서, 대화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서 각각 따온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양국의 입장차를 반영해 '올바른 여건'은 양국 고위급 협의체에서 향후 구체화 하도록 했다.

또 미국은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조성에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하고, 일정한 조건이 되면 전시작전통제권을 조속히 한국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단 환수 조건 역시 '고위급 협의체'를 통해 정해 나가기로 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북핵·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미측의 지지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를 확보했다"는 점을 성과로 꼽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통일 환경조성 차원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해야하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를 중심으로 한미의 정책공조가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안보분야에 우리 목소리가 강하게 반영됐다면 통상·경제 분야는 미국이 주도했다. 공동선언문에는 "양국 간 교역 불균형 해소 노력"만 포함됐을 뿐 'FTA'가 직접 언급돼 있진 않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 간 불공정 무역의 대표적 사례로 자동차와 철강을 꼽으며 한미FTA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합의 외의 이야기"라고 일축했지만 시점의 문제일뿐 결국 재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진정으로 챙긴 것은 통상 주도권보다는 '중국 견제'에 대한 우리의 지지라고 말한다.
한미정상회담에 '한·미·일 3국협력'이 여러차례 강조됐다는 점과 중국의 '힘의 외교'를 반박할 때 쓰이는 '규범에 기초한 아태질서'라는 문구가 담긴 것에서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이나 FTA 재협상은 늘 나오던 수사"라며 "그보다 어떻게 중국 견제를 의미하는 미국의 숙원 문구가 성명에 포함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3박5일간 방미 일정을 마치고 2일 밤 늦게 귀국한 문 대통령은 오는 6일부터는 주요20개국(G20)정상회담 계기에 열리는 한중·한일·한러 정상회담과 한·마·일 3국 정상회담 준비에 돌입한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