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獨·G20 순방 결산] 메르켈의 이례적인 북한 언급

G20은 경제만 다루지만 기자회견 통해 우려 표명.. 문 대통령 요청에 화답

【 함부르크(독일)=조은효 기자】 "한 가지 더 언급할 사항이 있다. G20은 외교정책을 논하기보다는 경제.금융.시장에 집중하는 회의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G20정상회의 개최국 의장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 8일(현지시간) 함부르크 정상회의장인 메쎄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추가 발언을 시사하며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G20정상들은)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안보리 제재 위반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길 희망한다." 의장 '구두성명'에 준하는 발언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비공개로 진행된 리트리트(Retreat.비공개 자유발언) 세션에서 북한 문제가 자연스럽게 논의됐으며, 이 문제를 논의한 모든 정상이 이런 전개(북한의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급 도발)가 매우 위협적이라고 큰 우려를 표명했음을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 요청과 정부의 정상외교를 통한 여론전에 힘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전날 메르켈 총리와의 만찬을 겸한 정상회담에서 이번 G20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결의를 담아낼 수 있도록 관심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사실 G20정상회의는 태생부터 '경제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다자회의체로 '안보문제'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과 유엔과 국제 경제기구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인 만큼 자연스럽게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할 최적의 무대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G20정상회의장을 누비며 13개국 정상 및 국제기구 수장들과 회동하며, 한국의 안보 문제와 경제 관심사에 대해 활발한 외교전을 펼쳤고 이런 노력들이 메르켈 총리에게 영향을 줬을 것이란 전언이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각국 정상과 회동할 때 공통의 주제가 북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떻게 도와주면 되느냐는 게 공통된 질문이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북한 문제가 공동성명에 막판 포함될지를 놓고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었다. G20정상회의 공동성명은 문안 작업에만 수개월이 걸린다. 회의 종료를 앞두고 갑자기 새로운 주제를 끼워넣을 수 없다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사실상 '의장 구두성명'에 준하는 결과로, 이 자체도 이례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메르켈 총리가 부쩍 대중국 외교에 공들이는 것만 아니었다면 별도의 의장성명도 기대해볼 만했던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7일 다자외교무대에 처음 데뷔한 문 대통령에게 상당한 예우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측은 지난 7일 각국 정상 초청 오페라 공연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좌석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나란히 앞줄 중앙에 배치했다. 뒷줄엔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와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 등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