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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추진 체계도 못갖춘 '중소기업기본법' 개정부터 나서야

중기청 44년만에 '부' 승격… 중소벤처기업부, 향후 과제는
통계 재정비 필요.. 매출액으로 기업 분류 하는데 수치는 근로자 수가 기준
임금 격차.노동생산성 등 데이터 발표때마다 혼란
정책은 선택과 집중.. 354만개 중기가 납득할 중장기적 기본 틀 만들어야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이 44년만에 '부'로 승격,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됐지만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 해결은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현안들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위한 '기본' 즉, 중소기업기본법 개정, 중소기업에 대한 기초 연구 등도 필요하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육성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소기업기본법 등 법 체계 개정부터

20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기본법 등 법 체계의 개정은 시급한 사안이다. 중소기업기본법의 경우 과학기술기본법, 고용정책기본법, 지식재산기본법 등 타 기본법들과 달리 법의 기본이념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중소기업기본법은 1966년 12월 6일에 제정.시행됐으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본법이다. 기본법은 '다른 여러 가지 법의 기본이 되는 법'을 말하며, 기본법과 개별법은 법의 적용범위에 대한 상위와 하위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기본법은 법의 '기본이념'조차 없고 중소기업 정책에 관한 상위법으로서의 위상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특히 정책 추진 체계도 명시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중소기업기본법은 아직까지 완전한 기본법의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 정책에 관한 상위법으로서의 위상을 명확하게 하는 등 중소기업기본법의 법 체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개편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신설되는 중기부 장관에게 중소기업 정책의 총괄 및 조정 권한을 주고 중소기업정책심의조정회의를 설치, 주요 정책의 조정 기능을 부여하는 내용의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각종 통계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현재 기업분류는 중기업 및 소기업의 기준이 기존 근로자수에서 최근 3년 매출액 기준으로 변경됐다. 반면 고용노동부, 통계청 등에서 발표하는 평균임금 등의 수치는 여전히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발표하고 있다. 근로자 수를 근간으로 대-중소기업간의 임금 격차나 노동생산성 등 다양한 비교 데이터들이 발표되면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공정시장 구축은 필수, 지원은 선택과 집중

이윤재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그 동안 중기청의 정책은 단기적이고 일회성 지원이 많았다"면서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적인 정책 기본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원 일변도에서 벗어나 지원할 것은 하고 끊을 건 과감하게 쳐야 한다"면서 "쉽진 않겠지만 지원 방식도 직접 지원보다 간접 지원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기부가 거대 예산을 갖고 있다고 해도 354만개 전체 중소기업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면서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중소기업 정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중소기업 정책을 '이윤창출형'과 '생계유지형'으로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윤창출형은 일자리를 만드는 성장 중소기업이 대상이고 생계유지형은 경제주체로서 원활한 생산과 소비가 필요한 소상공인을 의미한다. 양적으로 보면, 소상공인은 전체 중소기업의 86%(300만 개)에 달한다.

내부 역량 강화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정영태 전략기술경영연구원장은 "미래부, 산업부 등 외부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될 것인데 이들과의 비전 공유를 통해 조직 역량을 차분하게 다져서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연구원 백훈 연구위원은 "중기부는 단순 사업 및 예산 증가만을 강조한 사업주체로서의 그 역할과 기능보다는 그 위상에 맞는 중소기업 정책을 범부처 차원에서 총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백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타 부처와의 협업을 통한 '중소기업정책심의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중소기업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