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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하반기 정국 최대 뇌관 부상… 與 공론화에 野 발끈

추대표 “확대재정정책 필요”.. 민주당 증세논의 군불때기
野 정당별로 대응수위 갈려.. 한국당 “기업 한국 엑소더스 세금폭탄 공화국” 맹비난
지난 대선때 증세 언급한 국민의당·바른정당 “성급”

증세가 하반기 정국의 최대 뇌관으로 급부상했다. 정부여당이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대상 과표구간 신설을 골자로 한 증세 논의에 본격 '군불때기'를 시작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향후 정국운영의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권은 '경제활성화' '부유층 고통분담', 야권은 '말바꾸기' '기업 옥죄기' 등을 주장하며 상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與 "확대재정정책 적극 펼쳐야"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앞다퉈 '증세의 당위성'을 설파하며 공론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확대재정정책'을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 부유층에서 고통을 분담해 달라는 것이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충북 청주 수해현장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양극화 속도와 가뭄과 폭우 등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확대재정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추 대표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 여러 나라 경제전문가들이 확대재정정책을 적극 펼쳐서 빨리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다"며 "왜냐하면 다른 나라 경제는 거의 회복을 하고 살아나는데 대한민국 경제만 국정농단과 국정공백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확대재정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세수기반도 확보가 돼야 하는데, 간접세로 하면 민생에 또다시 고통을 준다"며 "여유 있는 계층에서 같이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초대기업,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해서 세금을 좀 더 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초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정상화'를 주장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초고소득자 세금이 아주 적은데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줄였다"며 "불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을 줄이고 그래도 부족한 점이 있다면 초고소득자 중심으로 세금을 정상화하는 논의를 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과정의 필요성도 피력했다.

그는 "정부가 할 도리를 다해서 세제 행정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 있다면 솔직하게 밝히고 그 필요성에 동의를 구하는 과정과 절차를 통해 신뢰를 확보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野 "말바꾸기" "성급하다" 지적

야권은 대체로 증세론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가운데 당별로 대응 수위에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강력 반대하는 반면, 지난 대선에서 '부분적 증세'를 공약했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상대적으로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내걸어 놓고 갑자기 증세를 발표했다며 맹비난했다.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소요예산 178조원을 증세 없이 추진한다고 했는데 불과 하루 만에 증세 없이는 도저히 안되는 날림 공약임을 스스로 자인했다"고 비판했다.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러다가 정말 대한민국이 세금폭탄 공화국이 될 판"이라며 "전 세계적인 추세에 역주행하다가는 초우량 대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하는 '엑소더스'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증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복지재원 마련 등을 위해 세금 인상을 검토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대책 없이 무작정 세율을 올리는 것은 성급하다고 꼬집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회의에서 "현실을 반영한 주장이긴 하지만 국민 삶이 어려운 상태에서 소득세 증세를 한다면 국민이 동의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정부의 증세안은 너무 성급하다"고 거들었다.


바른정당 역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법인세 인상으로 인한 불공평한 대기업 옥죄기를 우려했다.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더 가진 사람이 더 내는 구조는 맞지만 어느 일방의 희생만 강요하는 식은 곤란하다"며 "지금은 정치권과 국민이 솔직하게 머리를 맞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