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

자사주 의결권 제한, 기존 순환출자 해소, 금융보험사 계열사 의결권 제한 강화

삼성·현대차·롯데 등 재벌 대기업 예의주시
100대 국정 과제 영향

자사주 의결권 제한, 기존 순환출자 해소, 금융보험사 계열사 의결권 제한 강화

문재인정부가 국정 100대 과제를 발표한 가운데 숨어 있는 입법과제의 실현 여부에 자본시장과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캠프 공약집에는 없었지만 국정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기존 순환출자를 단계적으로 해소,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의결권 제한 강화는 모두 삼성, 현대차, 롯데 등 재벌 대기업을 겨냥한 법이다. 이들은 중장기 국정과제로 분류돼 있고 소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갑을관계 해소에 주력하고 있어 당장 입법이 추진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의 재벌개혁 의지가 아직 높고 각 법안의 파급력이 높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100대 과제에 처음 포함된 입법과제는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 제한 △기존 순환출자 단계적 해소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의결권 제한 강화 등이다. 모두 지난해와 올해에 거쳐 발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겨 있는 내용으로, 캠프 공약집에는 없었지만 국정과제에는 포함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 제한은 지난해 12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법안이 본격 논의되기 전부터 자본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2월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하는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완료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롯데제과, SK케미칼, BGF리테일, 제일약품 등 6곳이 인적분할을 공시, 인적분할을 완료하거나 추진하면서 관련 지주사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현대중공업은 인적분할 계획을 밝힌 직후부터 주가가 14.15% 뛰었고, 지주사 역할이 기대되는 롯데쇼핑의 경우 지주사 전환 계획이 알려진 지난 4월 21일 이후 20.90%나 올랐다.

인적분할은 특히 자사주 비율이 높은 상장사 대주주가 손쉽게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자사주는 현행법상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 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개지면 기존 자사주를 보유하면서 이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받는데 이때 의결권이 부활한다. 이를 막는 법안을 문재인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지난해와 올해 많은 상장사들이 지주회사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데 이어 더 많은 기업이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순환출자의 단계적 해소는 문재인캠프 때 갑론을박 끝에 제외했다가 이번에 국정과제에 다시 포함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소관부처 수장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존 순환출자 금지에 대해서는 당면 현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5년 전 14개 그룹 9만8000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가 최근엔 7개 그룹 90개로 대폭 줄었고, 사실상 지배권 승계에 영향을 미치는 그룹은 단 하나 현대차그룹뿐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있다. 이 때문에 만약 문재인정부가 중장기과제로 기존 순환출자의 해소를 추진한다면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점쳐진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16.9%로 지분가치가 약 4조5000억원에 달해 매각 시 그룹 내 계열사나 오너일가 혹은 전략적 지분 투자자를 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모비스가 자사주로 매입하는 방향은 불가능하고, 현대차는 신규 순환출자 위배, 글로비스는 지분을 살 여력이 불가하기 때문에 그룹 내 매수처가 마땅치 않아 현대모비스가 분할하거나 현대차그룹이 전격적인 지주회사 전환을 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내년까지 금융보험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강화한다는 항목은 삼성생명을 정조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박용진.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돼 있다. 현행법상 금융회사는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없지만 예외조항으로 임원 선임.해임, 정관 변경, 다른 회사와의 합병.영업양도 등 세 가지에 달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개정안은 이 예외조항 가운데 다른 회사와의 합병.영업양도가 아닌 계열사끼리 합병.영업양도 때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즉,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이 향후 삼성전자가 인적분할 후 그룹 내 계열사와 합병 또는 영업양도 시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예전 삼성화재는 예외조항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