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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 추경 처리 합의, 여야3당 합의에 한국당 '백기투항'

11조 추경 처리 합의, 여야3당 합의에 한국당 '백기투항'
정세균 국회의장이 21일 밤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과 회동을 하고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왼쪽부터),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정세균 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여야가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22일 오전 9시30분에 처리하기로 하면서 정국은 새롭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3당간 합의에 사실상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백기투항'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관련 입법 과정에서 향후 어떤 합종연횡이 일어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한국당을 뺀 원내 3당이 21일 본회의 개최에 합의, 22일 새벽에 본회의를 열려고 했으나 한국당의 반발 속에 시간이 조정됐다.

■민주 "소기 목적 달성"
21일 밤 11시께 정세균 국회의장과 우원식 민주당, 정우택 한국당,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회동을 갖고 추경 처리 시한을 확정했다.

제1야당으로서 추경 처리에 막판까지 반대해오던 한국당은 여야 3당의 합의에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며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이 그동안 예산심의에서 계속 사보타지를 해와서 저희와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회의를 소집했다"며 "아침 9시에 본회의 소집에 협조하기로 했고 (한국당이) 예결 진행에 순조롭게 될 수 있도록 하겠다니 저희로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앞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은 추경 쟁점 사안이던 중앙직 공무원 증원 규모를 2875명으로 합의하면서 추경 처리에 힘이 실렸다.

정부 여당이 요구했던 공무원 인력 1만2000명 중 지방직 7500명을 제외한 나머지 4500명에서 시급히 충원이 필요한 경찰, 부사관, 인천공항 인력, 동절기 조류 인플루엔자(AI) 관리·예방 인원 등 채용규모가 2875명으로 추산된 것이다.

이후 여야는 심야 예산조정 소소위에서 300명을 추가로 줄였다.

기존 공무원 증원 80억원이 아닌 부대조건을 달아 올해 목적 예비비 500억원 내에서 공무원 증원을 충당키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오는 10월20일까지 공무원 인력 효율화를 비롯한 중장기 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한국당, 사실상 '백기투항'
이번 추경 라운드에선 세를 과시하려던 한국당으로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본회의가 새벽에 소집될 경우 동원할 수 있는 의원 수가 10명에도 못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정우택 원내대표가 정세균 의장에게 본회의 소집공고 시간이 너무 촉박했음을 따지며 절차적 문제제기로 본회의 지연 명분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정 의장과의 회동 직전 기자회견을 열어 "(우원식 원내대표에게) 예결위 마치고 주말동안 숙성된 후에 월요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했지만 무시당했다"며 "한국당 의원들이 (소집) 통보를 받고 본회의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참석할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초 21일 오전 10시30분, 국민의당 외에도 바른정당까지 민주당과 추경 처리에 합의할 때까지만 해도 한국당은 느긋한 태도를 보였으나 여야3당이 추경 본회의 시한까지 확정지으면서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기자와 만나 "한국당이 백기투항한 것이다"라며 "우리까지 추경 본회의에 들어간다고 하니 황급히 외국에 나갔던 의원들까지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이 자신들 계획대로가 아닌 여야 3당에 떠밀리며 예결위에서부터 추경에 억지로 합의해, 향후 정국 운영에 있어 여당과 치열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100대 과제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91개가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고, 485개 법률 재개정이 필요하다"며 "이런 국회 기능과 연관돼 정기국회에서 국정과제르 어떻게 할지 2중대 3소대 정당과 야합해 해결할지, 문재인 정부는 엄청난 부메랑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이번 추경 합의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임을 증명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어 향후 이들의 행보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