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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최저임금 인상의 그늘

[데스크 칼럼] 최저임금 인상의 그늘

최저임금 인상은 말 그대로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올린다는 것이다. 소득을 끌어올려 소비를 늘리고, 생산을 증대시키고 경제규모를 키운다는 그림이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첫걸음으로선 꽤 괜찮은 선택이다.

'저임금'은 상대적 개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적용하면 시간당 7200~7300원 정도가 저임금이다. 임금근로자를 임금순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딱 중간인 근로자가 받은 시간당 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으면 저임금근로자로 묶는다. 통계청 조사치로 추정했을 때 464만명 정도다. 전체 근로자 100명 중 23명꼴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면 월급으로 환산했을 때 22만원 정도 인상된다.

임금근로자의 4분의 1가량이 혜택을 보게 되는 최저임금 인상에 왜 득달같이 여기저기서 우려가 나올까.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고 가처분소득이 증대되면 기업매출 증가, 경기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끌 것이라는 긍정적 분석은 상대적으로 세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경제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시켜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은 고용주와 근로자, 기업과 노동자라는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계약관계다. 본질적으로 경제적 문제다. 하지만 어느 나라든 소득불평등이 사회불안을 야기하면서 저소득층의 기본적인 생존권 보호를 위해 국가 혹은 지방정부가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문재인정부는 다만 대선공약임을 내세워 일단 해보자는 정치적 판단을 하고 이를 속도감 있게 추진한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는 그늘이 많다. 저임금 근로자라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지만 되레 이들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회사인 알바천국이 지난 17~18일 전국 고용주 352명과 아르바이트생 5804명을 상대로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고용주 10명 중 8명꼴로 내년 최저임금이 오르면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그늘은 또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50대 이상 연령층의 고용악화로 연결될 여지가 다분하다.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근로자 중 저임금의 비중은 61.2%에 달한다. 60세 이상 연령층은 상대적으로 고용조정이 용이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어 인건비 급증은 일자리 잃기로 연결될 개연성이 높다.

최저임금의 정치화가 가져올 재정지출도 짙은 그늘이다. '3년 만에 최저임금 1만원' 공약으로 예정에도 없던 국민세금이 내년에만 3조원 넘게 나가게 생겼다.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해야 할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 대한 뒷감당은 국가재정, 다시 말해 국민세금 3조원으로 메운다는 것이다. 국민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업체 근로자들의 월급을 보전해준다는 의미다.

국가경제와 개인의 생계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칠 정책의 결정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한다. 경제적 문제인 만큼 업종별로 처한 상황이 분명히 다르다.
차등해서 적용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여야 4당 대표와의 오찬회동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1년 해보고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지만 '2020년 최저임금 1만원'공약을 일단 밀어붙여 보자는 식의 조급함은 문제다. 정책 시행 후 그늘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