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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복지, 일자리 그리고 부자증세

[여의나루] 복지, 일자리 그리고 부자증세

정부는 매년 7월 말에 정기국회에 제출, 내년부터 시행될 세법개정 내용을 발표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올해 세제개편을 함에 있어서 고용창출 기업에 세제상 인센티브를 확대해 일자리창출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내년 이후 중장기 세법개정과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조세재정특별위원회'를 신설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필요한 178조원의 재원 조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 중에서 86조원 이상의 세수가 필요하다고 한다. 최근 취임한 한승희 국세청장은 세무조사를 통해 매년 5조9000억원의 세금을 징수한다고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막대한 복지재원을 누구에게 부담시킬 것인지 논의할 때마다 우선 거론되는 용어가 '부자증세'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야당이던 민주당은 대법인, 고소득자 등에 대한 '부자증세'를 정치적으로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증세법안을 제출해왔다.

부자증세와 관련해 몇 가지 외국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부자를 끌어내림으로써 약자를 부자로 만들 수 없다. 고용주를 끌어내림으로써 임금근로자를 도와줄 수 없다"고 에이브러햄 링컨이 말했다고 회자된다.

미국의 유명한 부자증세 세법개정 사례가 있다. 미국은 한때 부자들이 소비하는 요트에 사치세를 신설했다. 신설 세금을 서민층 복지재원에 사용하려는 목적이었다. 새 요트에 사치세를 신설하자 많은 미국 부자들이 경제행위를 새 요트 구입 대신 과거에 출고된 중고 요트를 사거나 취미활동을 다른 것으로 변경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요트조선소들이 감산하거나 폐업했고, 그 결과 요트조선소의 많은 근로자들이 해고되게 되었다. 서민층 복지를 위한 요트 사치세가 서민층인 요트 근로자의 해고라는 부메랑으로 나타나게 된 사례이다.

얼마 전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 인상한 바 있다. 근로자 복지가 크게 향상되는 목표는 좋지만 임금 대폭인상은 한계선상에 있는 많은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의 고용인원 감소로 파급된다. 결국 복지 확대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매출 위축뿐만 아니라 고용인원 감소로 정작 취약계층의 실업문제가 증대되는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공동체사회 구성원은 경제능력에 따른 세금납부가 당연하다. 논리적으로 '부자증세'가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중산 서민층보다 부자들의 세금납부가 형평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타당할 것이다. 우리의 국세 통계를 보면 상위 1% 법인이 전체 법인세의 약 80% 수준을 납부하고, 소득세도 상위 1% 납세자가 전체 소득세의 약 40% 규모를 납부하고 있다.

한편으로 약 1670만명의 근로소득자 중에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면세자' 비율은 48%(2014년) 수준으로 선진국의 20~3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세법에 문외한인 국민들로 하여금 불공정한 사회로 오해하게 만드는 '부자증세' 용어 사용에 언론인과 정치인들은 신중해야겠다. 향후 세수가 크게 부족할 경우 대법인, 고소득자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세금인상이 불가피하다.
다만, 증세논리가 부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공동체에의 헌신과 기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우리의 조세환경이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국가보다 나빠지면 우리 기업의 해외이전, 외국 기업의 한국투자 기피 등 부작용으로 세수도 안 들어오고 일자리도 없어질 수 있다. 복지, 일자리와 조세정책 등 정부 정책은 상호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시장논리와 글로벌 기준에 부합돼야 하겠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