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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제안·압박 강화 투트랙 전략, 北 테이블로 불러올까?

북에 대화 제안 계속하며 미사일 도발 억지력 강화
지하벙커 파괴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탄두 1t 추진

대화 제안·압박 강화 투트랙 전략, 北 테이블로 불러올까?
천막 철거하는 남북경협기업 비상대책본부 '남북경협기업 생존권보장을 위한 비상대책본부'가 2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출근하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나 요청사항을 담은 청원서를 전달한 뒤 농성을 풀고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화 제안·압박 강화 투트랙 전략, 北 테이블로 불러올까?


'문재인의 마이웨이(대화)'는 '김정은의 마이웨이(핵보유)'를 막을 수 있을까.

지난주에서 연기됐던 우리 남북군사당국회담 제안에 북한이 25일까지도 호응하지 않으면서 문재인정부의 대북구상 첫 단추는 끼워지기 힘들게 됐다. 오는 8월 1일까지로 못을 박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성사 가능성도 안갯속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받을 만한' 추가 제안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이대로 남북의 마이웨이가 지속되면 또 다른 평행선만 걸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후에도 시기마다 대화와 접촉 제안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는 9월 평양에서 열리는 태권도 행사,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등 체육행사와 문화교류를 계기로 우리 입장을 끈기있게 전달할 방침이다.

이와는 또 다른 트랙으로 안보는 더 철저히 챙긴다는 움직임이다. 대화는 제의하되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히 대응한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북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데 대해 정부는 사거리 800㎞의 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탄두 중량을 현행 500㎏에서 1t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北 묵묵부답에도 文정부 투트랙 전략

우리 군사당국회담 제안에 북한이 입을 닫고 있는 데 대해 우리 군이 선제적으로 적대행위 중지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25일 밝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군사당국회담 제의에 계속 호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 군이 선제적으로 적대행위를 중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럴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아직까지 북측 호응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되레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미국 CNN 방송은 24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관료의 말을 인용, 탄도미사일 발사장비 수송차량이 평안북도 구성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6·25전쟁 정전 64년이 되는 날인 27일 북한은 대화가 아닌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박정진 경남대 교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북한은 한 차례 더 실험을 하고 그 이후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은 시간이 아주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면을 중시하는 북한이 절대 우리가 제안한 날짜를 그대로 받거나 호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화라는 카드는 노골적으로 난색을 표하는 일본은 물론 미국과의 정책조율도 어렵게 하고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우리는 미국과 약속한 '대화'와 북한에 제안한 '대화'가 다르다고 하지만 미국은 후자도 싫은 기색"이라면서 "이산가족 상봉이나 군사회담 정도는 운전석에 앉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우리는 생각했는데 미국은 그것도 불쾌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단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돌은 던졌으니 기다려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제언이다. 일관성 있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추후 한반도 평화 논의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지금 왜 대화에 안 나오겠나. 받을 게 없어서다. 지금은 대화가 아니라 핵.미사일 개발하는 것이 본인들한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면서도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거나 북·미 간 대화가 갑자기 진행되거나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측 입장이 일관되게 대화 의지를 나타낸 경우여야만 끼어들 틈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벙커' 타격 능력은 고도화

동시에 군사적으로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사거리 800㎞의 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탄두 중량을 현행 500㎏에서 1t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해당 소식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지만 "미사일지침과 관련한 청와대 입장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바 없다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전자"라고 답해 사실임에 힘을 실었다.
문 대변인도 "한·미 정상 간 논의된 사항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우리 군은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사시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수뇌부가 은신할 지하벙커 등 북한 전역에 위치한 지하 수십m의 시설을 파괴하는 데는 기존 500㎏의 탄두 중량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측에 이런 방안을 제시했고, 미국 측과 올해 하반기 열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등에서 본격적인 협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