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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대법원 1.2심 재판선고 생중계 허용 놓고 치열한 공방

한국당 "사실상의 여론재판" VS 與 "인민재판 주장은 사실왜곡"

여야는 25일 대법원이 1·2심 주요 재판 선고 장면의 생중계를 허용한 것과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공개로 연결되는 것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자유한국당은 대법원의 결정이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사실상의 '인민재판'으로 규정하면서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인민재판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면서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대법원의 결정이 국민 알권리 충족차원에서 이해돼야 한다면서도 피해자의 인권침해 소지 등이 없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를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한국당은 "대중의 관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피고인의 권리나 인권이 제압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발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재판의 공정성, 합리성 측면에서 올바른 판단을 해줄 줄 알았는데 규칙을 개정한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 마디로 '사법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결정에 따라 일반 국민도 박 전 대통령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농단 사건의 선고상황을 법정에 가지 않고도 방송을 통해 지켜볼 수 있게 됐다.

한국당은 대법원의 결정이 1심재판 중인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은) 인민재판을 벌써 한 번 받았다. 자기들(대법원)이 규칙을 개정해서 인민재판을 또 하겠다는데 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정권도 잡았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고, 지금쯤은 그만해도 될 건데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미 자기들이 쫓아내고 집권하고 자기들 할 거 다 했는데 이제 또 시체에 칼질하겠다?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생중계는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함에 있어서 여론이 과도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피고인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공개가 이뤄졌을 때 인권침해 소지도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과 제도는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며 "어떤 한 사람만을 타깃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국민적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재판 선고 생중계 결정을 비판하는 자유한국당을 겨냥, "판결 선고만 공개하는 것인데도 한국당이 여론재판, 인민재판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당은 대법원이 마치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때문에 규칙을 개정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한다"며 "이는 지난 2012년 2월부터 추진한 것으로, 2013년 3월 3심의 생중계를 허용했고, 이번에 1·2심까지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고 공개와 공정성 침해는 하등 관계가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공공적·사회적 의미를 갖춘 사안에 관한 문제에서는 언론 자유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생중계 허용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사법부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 비호를 위해 억지 부리는 일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은 "중요 사안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법원의 문턱을 낮춘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헌법재판소와 달리 사실심 법원의 재판을 생중계하는 만큼 담당 법관의 심리적 부담이 커질 것은 자명하다"며 "법관의 판단을 존중하고, 재판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대한 명확하고 제한적인 기준을 세워 달라고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바른정당은 "생중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칙개정 결정은 어디까지나 대법원이 판단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전지명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정농단사건의 역사적 중요성과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대법원의 생중계 결정이 어떠한 경우에도 피고인 등이 인권침해를 받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중계할 경우 법리적 다툼에서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다툼으로 번져 자칫 여론 재판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며 "재판과정 생중계 방송이 외부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반드시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