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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류현진 내년 '인생 대박' 가능할까?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다 보면 '직구'와 '체인지 업'을 잘 구분해야 할 때가 있다. 특히 감독의 말이 그렇다. 직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체인지 업은 다분히 수사적 표현이다. 속내를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지난 25일(한국시간)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의 인터뷰가 딱 그랬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5이닝 79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30.사진)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류현진을 기분 좋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3-2로 앞선 상황이었으니 류현진의 승리를 지켜주고 싶었다는 말이다. 정말 그럴까? 로버츠 감독은 단지 이기고 싶어 류현진을 내렸을 뿐이다. 류현진보다는 최근 잘 나가는 불펜투수를 더 신뢰해서다. 클레이튼 커쇼가 마운드에 있었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이는 오히려 더 잘된 일인 지도 모른다. 류현진은 내년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인생 대박을 터트리기 위해선 올 해보다 내년 성적이 더 중요하다. 기왕 어깨부상 등으로 부진한 올 해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내년 시즌에 전력투구할 필요가 있다.

그런 류현진에게 5이닝, 79구 강판은 '울고 싶은 데 뺨 때려주는 격'이다. 당장 기분이야 섭섭하고 아쉽겠지만 길게 보면 차라리 잘됐다. 류현진은 내년이면 만 31살이다. FA이후 맞이하는 해엔 32살. 어깨부상 경력을 가진 30대 초반의 투수가 대박을 터트리려면 '어닝 스프라이즈' 시즌을 보내야 한다.

클레이튼 커쇼는 25세를 맞는 시즌에 7년 2억 1500만 달러 초대박 계약을 맺었다.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와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역시 같은 25살 시즌에 6년 6000만 달러, 7년 1억 5500만 달러 잭팟을 터트렸다.

다르빗슈 유는 전 시즌 니혼 햄에서 18승 6패 평균자책점 1.44를 기록했다. 경이적인 시즌이었다. 다나카는 더 놀라웠다. 라쿠텐에서 24승 무패 평균자책점 0.94를 남겼다. 메이저리그의 지갑은 절대로 그저 열리지 않는다.

그들보다 뒤지긴 했지만 32살(계약 당시)의 리키 놀라스코는 2014년 미네소타와 4년 4900만 달러에 사인했다. 몇 년 더 어렸더라면 늘어난 계약기간에 숫자 한 자리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시카고 컵스는 올 해 31살을 맞은 제이크 아리에타와 1년 계약 밖에 해주지 않았다. 30대 투수의 1년은 이처럼 무섭다. 아리에타는 2015년 22승 6패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1.77. 지난해엔 팀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겨주었다. 18승 8패 평균자책점 3.10. 20대였다면 2억 달러 장기계약을 맺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아리에타도 내년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그 역시 대박을 위해 기꺼이 1년 계약을 받아들였다. 멀리 뛰기 위해 한 번 웅크린 것이다.


류현진이 내년 시즌 15승 이상,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다면 폭발적인 시장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투수층이 두터운 메이저리그지만 A급 투수는 여전히 귀하다. 류현진은 내년 시즌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

texan50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