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美 상원, 원유차단 등 대북제재법 가결… 中·러 대응 주목

'北-러-이란 제재 패키지법' 압도적 통과

북한의 원유수입 봉쇄 등 전방위 제재를 담은 대북 제재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면서 북한의 생명줄을 정조준하는 '이란식(式) 제재'가 먹힐지 관심이 모인다.

이번 법안은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입 차단, 북한 노동자 고용과 선박 운항 금지, 북한 온라인 상품 거래 및 도박사이트 차단 등 북한의 달러유입 경로를 완전히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상당한 정도의 중국 압박 카드지만 당장의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간 약 50만t의 원유를 북한에 공급해 온 중국이 대북 원유제공을 중단할지와 북한 노동자를 이용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국내법에 따라 이를 중단할 유인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란式 제재 시작됐지만…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이날 찬성 98표, 반대 2표로 '북한.러시아.이란 제재 패키지법'을 통과시켰다. 북한.러시아.이란 제재 패키지법은 이들 3개국에 대한 각각의 제재법안을 하나로 묶은 것으로, 앞서 지난 25일 하원에서도 찬성 419명, 반대 3명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됐다.

이번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법률로 확정된다. 대통령은 10일 안에 서명 또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법안이 워낙 압도적 차이로 상원을 통과했고, 러시아 제재까지 포함돼 있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

미국 의회뿐 아니라 행정부까지 전반적인 미국의 대북 강경모드에 우리는 일단 동조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통화를 갖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두 사람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안을 위반하는 북한에 대응하고, 북한의 불법행위에 책임을 묻기 위해 양국 정상이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외교부는 28일 전했다.

■관건은 여전히 중.러

이날 미국 의회를 통과한 대북 제재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원유 공급과 북한 노동자 고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호응이 중요하다.

하지만 당장 전망은 밝지 않다. 패키지법안에 함께 들어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중국도 현재 수준 이상으로 적극 움직일 유인은 크지 않다. 자칫 이번 법안 통과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에 대응 제재를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에서도 한.미.일과 중.러 간 의견 차이로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안 도출이 공회전하고 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신냉전 구도가 굳어지는 것은 북한에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운신 폭' 좁아지는 한국

이런 가운데도 우리 정부는 대화.제재 병행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우리의 대화 제안을 무시하면서 우리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이날 북한은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대북 국정목표 및 과제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 차이가 없는 '동족대결정책' 복사판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선전매체인 조선의오늘은 이날 '시대의 요구와 촛불민심을 똑바로 보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문재인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가 내놓은 보고서를 거론하면서 "남조선 당국의 대북전략은 북핵 폐기와 흡수통일에 총적 목표를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의오늘은 "(국정기획위 안이) 이명박·박근혜 패당이 내들었던 '비핵.개방.3000'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본질상 아무런 차이가 없다"며 "다른 것이 있다면 현 당국이 '화해, 협력'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쓰고 북남관계 문제를 그 누구의 '핵폐기'를 유도하기 위한 제물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