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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ICBM급 추가 도발] ‘사거리 1만㎞’ 美 본토 겨냥한 북… 한·미동맹 균열 노린다

화성-14형 최대정점고도 1차때보다 1000㎞ 더 높여 정상발사땐 美동부 사정권
북, 美본토 공격력 현실화땐 한미 방위공약 근간 흔들려.. 한국 강력한 군사대응 절실

[북, ICBM급 추가 도발] ‘사거리 1만㎞’ 美 본토 겨냥한 북… 한·미동맹 균열 노린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 첫번째)이 30일 패트리어트 포대를 방문해 수도권 영공방어 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송 장관은 이 자리에서 "패트리어트 성능 개량을 통해 수도권 영공방어 능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북, ICBM급 추가 도발] ‘사거리 1만㎞’ 美 본토 겨냥한 북… 한·미동맹 균열 노린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이 가시화되면서 미국 본토 타격 가능성과 한·미 동맹의 균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적으로 타격할 가능성은 현재로서 낮지만 유사시 주한미군 증원전력에 대한 저지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타격력을 앞세워 한·미 동맹의 근간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게 군 안팎의 전망이다.

■北미사일, 한·미동맹 골간 '증원전력' 무력화하는 게임체인저?

지난 28일 심야 자강도 무평에서 기습적으로 발사된 화성-14형은 고각사격으로 최대정점고도 3724㎞로 998㎞를 비행했다. 지난 4일 발사된 화성-14형이 최대정점고도 2802㎞로, 933㎞를 비행한 것과 비교할 때 고도는 약 1000㎞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고각발사가 아닌 30~40도의 정상각도로 화성-14형의 사거리는 9000~1만㎞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 당국도 탄도미사일의 최고고도에 3∼4를 곱해 사거리를 추산하기 때문에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사거리 1만㎞급 이상이며 이는 미국을 노린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남대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7월 4일 발사는 처음 발사한 것이라 정상발사 시 8000~8300㎞ 정도로 미국 본토 서부에 간신히 닿을 정도였다"면서도 "탄두의 중량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이번 발사는 (사거리) 9000㎞ 이상 10000㎞로 서부는 물론 동부까지 포함해 미국 본토 전역을 겨냥한 명실상부한 ICBM임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8일 밤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이 정도면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우리 국가를 감히 건드리는 날에는 미국이라는 침략국가도 무사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이처럼 북한이 미국을 조준한 ICBM급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함에 따라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핵우산, 미사일방어체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자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억제력을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을 약화시키는 일종의 게임체인저가 되는 것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공격이 현실화된다면 확장억제력이 약화돼 방위공약이 흔들려 '동맹 이탈' 현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적 대응방안 마련되나 "핵에는 핵"이란 의견도

이런 우려 속에 미국은 30일 미국의 핵심전략 자산인 B-1B 두 대를 한반도에 전개해 북한의 화성-14형에 대한 무력시위를 펼쳤다.

미군은 화성-14형 1차 시험발사 나흘 뒤인 지난 8일에도 B-1B 두 대를 한반도에 출동시켜 2000파운드급 레이저통합직격탄(LJDAM)을 2발 투하하는 등 처음으로 B-1B가 한반도 상공에서 실사격 훈련을 했다.

테런스 오샤너시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은 "북한은 지역 안정에 가장 시급한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외교적 노력이 최우선이 되겠지만,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수립하면서 우리 동맹국과 함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수도권 영공방어의 핵심인 공군 패트리엇포대를 방문해 "패트리엇 성능 개량을 통해 수도권 영공방어 능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면서 "우리의 독자적인 북한 핵.미사일 대응체계를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완벽한 ICBM을 전력화하기 전에 강력한 군사적 대응방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 '김정은 참수작전' '북한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사전타격' '핵무장' 등 다양한 대응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과 북한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타격은 복잡한 김정은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성공 가능성도 낮은 반면 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높다.


이에 대해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는 "핵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핵뿐"이라면서 "해군이 추진하려고 하는 핵잠수함에 핵미사일을 탑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홍 대표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가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할 도덕적 명분이 없다"면서 "직접적인 핵보유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핵무기를 리스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후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직접 소집했고, 현재 사거리 800㎞와 탄두 중량 500㎏으로 제한돼 있는 한·미 미사일지침을 북한의 지하시설을 무력화하기 위해 최대 1t까지 탄두 중량을 늘리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