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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안전관리 창구 일원화 목소리 확산

살충제 계란 사태로 '농식품부-식약처 이원화 체계' 부작용 수면위로 떠올라
난각코드 취합 중구난방.. 생산 농가수도 다르게 발표
정부, 조직정비 작업 앞서 친환경 인증 기관 통폐합.. 난각코드 제도 개선하기로

식품안전관리 창구 일원화 목소리 확산
빵집도 '살충제 계란' 직격탄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먹거리 불안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20일 낮 서울의 한 동네 빵집에서 한 시민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계란 사먹는 국민들한테 가장 중요한 건 계란 껍데기에 적혀 있는 난각코드인데, 농식품부가 가지고 온 자료에는 지금 농장 이름밖에 없잖아요. 농장 이름이 지금 국민들한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지난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엔 고성이 울려퍼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난각코드는 유통을 관할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를 하고 있어서 현재 정보가 취합이 안 된 상태"라고 답변했지만, 이를 수긍하는 이는 없었다. 농식품부는 부랴부랴 살충제 계란에 표시된 난각코드를 취합해 발표했다. 하지만 이조차 '엉터리'가 수두룩했다.

국민 먹거리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농식품부와 식약처, 둘로 분할돼 있는 식품안전관리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살충제 계란' 난각코드 발표 과정에서도 봤듯이 주무부처가 둘로 쪼개져 있다보니 유기적 대응이나 관리.감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게 증명됐기 때문이다.

■"먹거리 행정 창구 일원화" 목소리 커져

20일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식품안전관리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는 농장에서 밥상까지 먹거리 안전을 보장해야 할 식품안전관리 일원화 제도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 의원은 "농산물우수관리인증제도(GAP)와 농산물.식품이력추적관리제, 동물의약품, 농약 등을 두고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이원적으로 관리하는 현행 방식을 전반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식품안전을 관리하는 창구가 이원화돼 있다보니 서로 책임을 미루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런 기형적인 이원화 체계는 지난 정부 출범기에 만들어졌다. 2013년초 박근혜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국민 먹거리와 보건 관리를 일원화한다는 명분으로 보건복지부 외청이던 식약청을 국무총리실 소속인 식약처로 격상했다. 농식품부의 식품 위생.안전관리 업무를 흡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조직의 위상이 축소될 것을 우려한 농식품부와 농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생산단계 안전은 농식품부가 책임지고 유통.소비단계 안전은 식약처가 관리하는 현재의 기형적 이원화 체계가 굳어졌다.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국민 먹거리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고 만 것이다.

이번 파동을 겪으면서 기형적 이원화 체계로 인한 폐해가 드러난 것은 비단 '난각코드'뿐이 아니다. 16일 오전에도 살충제 계란 생산농가의 숫자를 두고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각각 4곳, 6곳으로 각기 다른 수치를 발표하면서 혼란을 키웠고, 급기야 대통령이 나서 국무총리를 통해 교통정리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 탓에 먹거리 행정 창구를 일원화하라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식품안전을 관리하는 창구가 이원화돼 있다 보니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등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유기적이고 효율적 관리를 위해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친환경인증 농가 1년후 재인증? "대책 수립"

농식품부와 식약처의 식품안전관리 창구 일원화에 앞서 정부는 우선 친환경인증 기관 통폐합을 검토하고 있다. 1999년 첫 도입된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는 2002년 민간업체가 인증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6월부터는 60여개 민간업체가 인증 업무를 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이에 대한 사후관리만 한다.

그러나 이번 살충제 계란 생산농가 49곳 중 31개가 친환경 농가였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17일 국회에서 친환경 인증에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난 만큼 정부는 친환경 인증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에 위탁된 친환경인증 업무 재검토, 민간 인증기관 64개소 통폐합을 언급했다.

지금은 법규상 친환경 농가에서 살충제가 검출돼도 인증을 취소할 수 없다. 시정명령을 받는 데 그치고 친환경 마크를 떼면 계란을 유통할 수 있다. 이번에도 해당 농장 이름과 생산자가 공개되지 않았다. 게다가 사유가 발생해 친환경 인증이 취소돼도 1년 후에는 재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파동으로 제도 시행 이후 7년간 허술하게 관리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난각코드 제도도 정비한다. 실제 계란을 납품받아 유통하는 업자는 계란의 생산지역과 생산자명 등을 구분할 수 있는 난각코드를 반드시 찍어야 한다. 그러나 난각코드가 없는 계란이 수두룩했고 소비자의 혼란은 더 커졌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