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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한계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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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으로 빚 감당을 못하는 기업을 한계기업이라고 부른다. 갚아야 할 이자만큼도 영업이익을 못내는 기업을 말한다. 가계도 마찬가지다. 빚 감당을 못하는 가계를 한계가구라고 한다. 이자에 원금분할상환액이 더해지고 이익 대신 소득으로 바뀌는 점에 차이가 있지만 기본개념은 같다.

한계가구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가계부채의 뇌관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회의장 정책수석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계가구는 지난해 말 현재 181만가구로 전년 대비 14.7%(23만2000가구)나 늘었다. 금융부채를 지고 있는 가구 6곳 중 한 곳은 한계가구다. 만약 이들로부터 가계 빚 폭탄이 터지게 된다면 주택시장은 급랭할 것이고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 또한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 관점에서 '한계'란 용어는 생사의 경계선에 있다는 뜻이다. 한계가구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의 비율이 40% 이상이고,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은 경우다.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뺀 나머지를 모두 동원해도 원리금을 감당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계가구가 빚을 갚으려면 실물자산을 팔거나 다시 빚을 내 돌려막기를 해야 한다. 이도 저도 못하면 파산을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359조원(3월 말 기준)에 달한다. 지난 4년간 연평균 100조원씩 늘었다. 정부가 다음달 초 '가계부채 관리 5개년 계획'을 내놓는다. 상환능력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이 새로 도입된다. DSR는 상환부담을 계산할 때 일반대출 원금상환액(균등분할상환을 가정한 추정치)이 추가돼 대출한도가 줄게 된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22일 DSR에 관한 의미 있는 자료를 내놓았다. 나이스(NICE)평가정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DSR가 100%를 넘는 채무자가 118만명(6월 말 기준)으로 추산됐다. DSR가 100%를 넘으면 소득을 모두 털어도 빚을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초한계가구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말 72만명이었으나 3년반 만에 64%(46만명)나 늘었다. 새 기준이 시행되면 이들이 1차적인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대책이 금융 취약계층을 더 큰 곤경에 빠트리지 않을지 걱정이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