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이니 통신복지'가 지속가능하려면

모든 국민이 돈 걱정 없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복지 정책이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

이동통신 약정할인율이 현재 20%에서 15일부터 25%로 높아진다. 대부분의 이동통신 소비자가 매월 통신요금 4분의 1을 할인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저소득층과 어르신들에게 월 1만1000원의 통신요금을 추가로 인하하는 시행령 개정안도 예고해 놨다. 올해 안에 실현되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시간표다. 통신사들 말로는 저소득층과 어르신 통신요금 추가인하로 8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월 이동통신 요금을 한 푼도 내지 않게 된다고 한다. 시쳇말로 '이니 통신복지'가 현실이 되고 있다. 통신요금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가 실현되는 것 아닐까 싶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개운치가 않다.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통신복지가 지속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명쾌하지 않아 보여서다. 정부는 계획대로 통신요금을 인하하면 국민들이 5년간 4조6000억원 통신요금을 아낄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국내 통신 3사의 한해 영업이익이 3조2000억원쯤이니 정부 발표대로라면 통신사들은 그야말로 밑지는 장사를 하게 되는 셈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대 믿을 수 없는 3대 거짓말 중 하나라는 '밑지고 장사한다'는 장사꾼 말이 현실이 될까.

그럴 리 없다. 장사꾼은 밑지고 장사하는 그 순간에 장사꾼이 아니다. 그러니 밑지는 장사는 계속될 리 없다. 정부가 강한 힘으로 밀어붙이는 짧은 동안은 장사꾼도 밑지는 장사를 참을 수 있겠지만 지속하기는 어렵다.

중국에 '나라에서 정책을 만들면 백성은 대책을 세운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편한 말로 어디든 '꼼수'는 있다는 말이다. 복지라는 것의 기본 주체는 정부다. 국민 전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균형을 맞춰주는 일이다. 그러니 통신복지는 사실 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현재 '이니 통신복지'에는 정부의 몫이 없다. 통신복지를 위해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단발성일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에 언제까지나 손해 보는 장사를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니, 통신복지로 국민들의 행복이 유지되려면 통신사들이 꼼수로 손해를 메우지 않도록 장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통신사들의 팔을 비틀어 이익을 토해내라고 강압하는 복지정책이 아니라 정부가 스스로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재원을 부담하는 통신복지 정책의 기본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 국민 모두가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서만큼은 행복을 느끼는 기간이 지속될 수 있도록 통신복지의 정부 몫을 정부 스스로 찾는 것. 이것이 통신복지를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열쇠일 듯싶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