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통상본부장 "통상전략 한번 쓰면 다신 못써 중국 WTO 제소카드 신중해야"

취임 첫 기자간담회
中 통상 10년간 프로급 성장, G2균형 활용한 새전략 짜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중국의 통상대응 능력이 (지난 10년 사이) 프로급으로 올라가 있다. 한번 쓴 (10년 전 통상) 전략은 또 쓸 수 없다. 새로운 통상전략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달 4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중국과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진행하면서 협상 경험과 노하우를 많이 쌓았다. 지금은 (협상력이) 프로급이다. 우리도 다시 '게임플랜'을 짜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산업.에너지.무역.투자정책을 섞고 묶어서 (큰 틀에서) 우리나라 국부를 늘릴 수 있는 '통상 책략'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통상 압박에 대한 우리 측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는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김 본부장은 "카드는 일단 써버리면 카드가 아니다. (WTO에) 제소할 건가 안할 건가는 옵션으로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 어떤 게 더 효과적일지 아주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우선 확실한 승산이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할지 계획도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WTO 상소기구 재판관을 역임한 '제소' 전문가다. 그는 지난 2006년 일본의 일방적인 '김' 수입쿼터 제한에 'WTO 제소'로 일본을 압박, 우리 수출물량을 확대한 성공 경험이 있다. 그런 그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중국에 대한 WTO 제소에 신중한 입장은 '전략적'이다. 북핵 도발, 사드 배치 등 동북아 안보 이슈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 시점에 중국을 상대로 한 WTO 제소가 '상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FTA 개정을 요구하는 미국을 상대해 강경책을 쓰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극단적인 상황은 균형에 맞지 않다. 그가 "(통상) 정책이라는 것은 내 성격대로 할 수 없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있을까. 김 본부장은 자신을 "협상가"라고 했다. 그런 그가 강조한 것은 치밀한 '책략'인데, 그중 하나가 중국과 미국, G2와의 균형이다. 그는 "한반도는 대륙세력(중국)과 해양세력(미국)의 교차로다.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분단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해양세력과 긴밀한 협조 아래 잘해왔다. 대륙세력과의 관계도 긴밀히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중국과 FTA 2단계(서비스.투자) 협상을 앞두고 있다. 어떻게든 냉각된 한.중 통상관계를 풀어야 한다.

김 본부장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국가 간 FTA에서 도시 간 FTA로 세분화하자는 것.

그는 "한국의 인천, 광양 등과 중국의 상하이 등 양국의 자유무역특구 도시 간의 FTA도 가능하지 않겠느냐. 특구에서 원화, 위안화도 쓰고 금융.보험 등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한편으로, 김 본부장은 중국의 변화를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급변하는 중국의 경제, 시장 구조를 제대로 읽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기업, 학계가 중국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 소비자들의 (GDP 성장, 도시 확장, 소비 패턴 등) 변화에 맞게 대응했는가. 그간 (중국 진출, 수출)기업들은 '대충' 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드 보복)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힘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일본 기업들이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당시 중국의 통관법·규정을 100% 맞출 수 있는 노하우를 얻어 강해졌다. 중국에 대한 전문성이 그 정도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미 FTA 개정 요구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우리가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제안한 'FTA 공동 조사 분석'에 대해 미국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