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檢, 국정원 방송장악 '블랙리스트' 이번주 피해자 소환 본격수사(종합)

검찰이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방송장악을 목적으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왔다는 의혹에 대해 이번 주부터 피해자 조사에 나서면서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정원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은 이번 주부터 국정원이 만든 방송사 인사 개입 관련 문건에 등장한 PD와 기자, 작가 등을 출석시켜 조사키로 하고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검찰은 우선 MBC 대표적인 시사 고발 프로그램인 'PD수첩'에 오랫동안 몸담았다가 해직된 최승호 전 PD를 26일 오전 10시 출석시켜 해직 경위 등 피해 사실을 조사한다. 최 전 PD는 MBC에서 해직당하고 나서 독립언론 뉴스타파로 옮겨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을 제작·개봉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MBC PD수첩 출신인 다른 PD와 정모씨 등 작가들, KBS 기자 등도 부르기로 하고 당사자들과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국정원 적폐청산TF 등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은 방송사 간부와 프로그램 제작 일선 PD 등의 성향을 광범위하게 파악하고 정부 비판 성향이 있다고 판단한 이들의 교체 등 구체적인 인사 개입 방향을 담은 다수의 문건을 생산했다.

2010년 작성된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방안' 보고서는 "KBS가 6월 4일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곧바로 후속 인사에 착수할 계획인데, 면밀한 인사검증을 통해 부적격자를 퇴출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퇴출 대상으로 △좌편향 간부 △무능·무소신 간부 △비리연루 간부로 분류했다. 특히 좌편향 간부에 대해선 '반드시 퇴출, 좌파세력의 재기 음모 분쇄'라고 적었다. KBS 노조는 최근 파업뉴스를 통해 보고서의 세부 내용을 보도하고 명단에 오른 관련자들의 증언을 공개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2010년 3월 작성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향' 문건에는 MBC가 좌파세력에 영합하는 편파보도로 여론을 호도해 국론분열에 앞장서고 있다며 △노영(勞營)방송 잔재 청산 △고강도 인적 쇄신 △편파 프로 퇴출에 초점을 맞춰 근본적 체질개선 등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국정원은 지난 14일 공영방송 장악 관련 문건을 검찰에 넘기고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피해자 조사 등을 통해 국정원 고위층과 방송사 경영진 또는 방송사 담당 정보관과 간부들 간에 부적절한 의사 교환이 있었는지, 국정원의 언론장악 계획이 실제 실행됐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이 친정부 성향 연예인들을 선별, 별도 지원까지 기획했다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 수사는 확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국정원 적폐청산 TF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지 않은데다 수사 검토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블랙리스트'에 대비되는 화이트리스트 명단을 갖고 있지 않다"며 "리스트라고 할 정도로 자료를 가진 게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 관련 수사를 진행하거나 검토한 게 없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