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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양대지침 폐기] ‘노사정 대화’ 박차고 나간 勞, 복귀할까

노동계 반발했던 정책 폐기
朴정부 쉬운해고 추진하자 한국노총 노사정위 탈퇴
20개월 단절된 사회적 대화.. 명분 얻은 勞 돌아올지 주목

[‘노동개혁’ 양대지침 폐기] ‘노사정 대화’ 박차고 나간 勞, 복귀할까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에 참석,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일반해고 허용, 취업규칙 변경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양대지침' 폐기를 공식선언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25일 '양대지침' 폐기를 공식화하면서 사회적 대화 복원의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케 하는 일반해고 허용과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양대지침은 박근혜정부 노동개혁의 핵심이다.

지난 2016년 1월 정부가 마련한 뒤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이를 계기로 노동계 대표로 참여하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양대지침 폐기는 기정사실화됐다. 앞서 문재인정부의 초대 고용부 장관으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조대엽 장관 후보자도 양대지침 폐기를 시사했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 역시 후보자 시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 "양대지침을 오는 9월까지 폐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동계 강력 반발한 '양대지침'

이번에 폐기가 공식화된 양대지침은 공정인사지침과 취업규칙해석 및 운영지침으로 구성돼 있다.

공정인사지침은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는 '일반해고'를 허용하는 규정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징계 해고와 경영상으로 인한 해고만 가능하다. 여기에 저성과자를 추려내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지침의 골자다.

절차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저성과자를 추려낸 뒤 교육훈련, 배치전환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기회를 준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으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유연성 확보를 위해 해고 조건과 절차를 완화한 것이다.

취업규칙해석 및 운영지침은 근로조건 변경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근로자 과반수가 있는 노동조합은 그 노동조합, 그렇지 않을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취업규칙은 채용.인사.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를 말한다. 변경된 지침은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판단기준은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적당성, 노동조합 등과의 충분한 협의 노력 등을 제시했다.

■사회적 대화 복원 물꼬틀까

고용부의 이번 양대지침 폐기 선언으로 단절된 사회적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대지침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하는 등 노·정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게 한 원인이기도 하다. 노동계는 양대지침이 '쉬운 해고'를 주장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양대지침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면서 근로자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구속력을 갖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양대지침을 둘러싼 노·정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한 선결조건 중 하나로 양대지침 폐기를 제시했고, 새 정부도 이에 적극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양대지침 폐기를 내건 데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약속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양대지침 전격 폐기를 선언하면서 노동계에 사회적 대화 복귀에 명분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용부는 "양대지침 폐기로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한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동계는 양대지침 폐기를 환영하면서도 사회적 대화 복귀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양대지침 폐기는 노정 간 신뢰회복과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하고 당연한 일로 적극 환영한다"며 "노사자율 교섭을 침해하는 단협 시정명령도 폐기하고, 무엇보다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