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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경쟁력 4년째 제자리, 이러다 뒷걸음칠라

노동·금융이 순위 좀먹어 文정부선 오르기 힘들 듯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해마다 다보스포럼을 주최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은 27일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를 137개국 중 26위로 매겼다. 4년째 같은 순위다. 우리나라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7년 11위로 정점을 찍었다. 그 뒤 줄곧 내림세 아니면 정체다. 그새 중국은 27위로 우리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대로 가면 역전은 시간문제다. WEF 순위는 국가 간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데 좋은 지표다. 4년째 정체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왜 한국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걸까. 예나 지금이나 이유는 같다. 노동과 금융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WEF는 순위를 매길 때 12개 기준지표(Pillar.기둥)를 사용한다. 주요국 중 한국처럼 기준지표가 들쭉날쭉한 곳은 드물다. 예컨대 거시경제 환경 부문에서 한국은 세계 2위다. 이는 양호한 국가채무비율, 넉넉한 외환보유액 등을 반영한다. 사회기반시설에선 8위다. 도로.공항.항만 등 인프라가 잘 갖춰졌단 뜻이다. 보건.기초교육 등 다른 항목도 대부분 10~20위권이다.

하지만 노동과 금융은 딴판이다. 마치 다른 나라를 보는 듯 하다. 노동시장 효율성은 73위, 금융시장 성숙도는 74위에 그쳤다. 두 부문이 평균점수만 얻어도 우리나라 경쟁력 순위는 쑥 오른다. 이웃 일본을 보면 우리나라 노동.금융이 얼마나 뒤떨어졌는지 알 수 있다. 일본은 전체 경쟁력이 9위, 금융은 20위, 노동은 22위다. 금융.노동이 국가경쟁력 순위에 미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우리처럼 격차가 크진 않다.

당분간 전망도 밝지 않다. 문재인정부는 친노동 정책을 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양대지침을 폐기한 데서 보듯 고용은 유연성이 높아지기는커녕 경직성만 되레 단단해졌다. 우리나라 고용시장 효율성 순위는 우간다(30위)를 한참 밑돈다. 구체적으로 노사협력(130위), 정리해고비용(112위)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금융시장 성숙도가 우간다(89위)를 제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만족할 일은 아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 축소에 제동을 걸고, 은산분리 규제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금융 순위는 점프할 수 없다. 지금 같아선 국가경쟁력 순위가 더 떨어지지만 않아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