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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트럼프 한·미 FTA 폐기 카드, 엄포 아닌 실질적 위협"

"폐기 서한까지 작성.. 언제든 다시 꺼낼 것.. 효과적 봉쇄방안 찾겠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위협이 실제적이고 임박해 있다. 미국이 폐기 위협을 지속적으로 지렛대로 쓸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한.미 FTA 폐기까지 거론하며 한국을 강하게 압박했다가 자국 내 재계와 의회의 반대 여론에 밀려 FTA 폐기 주장을 철회했었다. 북한 핵도발 등 동북아 안보이슈로 'FTA 폐기' 카드를 하는 수 없이 뒤로 숨기긴 했으나 트럼프 정부가 필요할 때 다시 꺼내 우리를 압박할 여지는 다분하다.

또 미국의 한.미 FTA 폐기 압박이 엄포가 아닌 실제적이었음을 확인한 이상, FTA 개정 협상 전 경제적 효과를 양국이 공동 연구.분석하자는 우리측 제안을 미국이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미국의 '초강경' 압박에 우리 측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FTA 폐기 위협을 효과적으로 봉쇄할 방안을 모색하면서 개정 협상에도 면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내달 4일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2차회의를 앞두고 미국을 방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트럼프 정부 핵심인사와 상·하원 의원 등을 만났다. 김 본부장은 '미국 측의 한·미 FTA 폐기 움직임을 '엄포성'이 아니라 실질적 위협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국제협상에서는 '블러핑(엄포)'이더라도 상대방이 그것을 '콜'하면 끝까지 가야 하지 않으냐. 이번에 백악관 고위관계자를 만나 확인해 보니 블러핑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달 초 백악관 내에서 한.미 FTA 폐기가 임박했다고 보도한 미국 언론 기사가 사실이었음을 인정했다.

김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한.미 FTA 폐기를 진지하게 검토했다. 이에 의원들과 행정부 내 외교안보 라인은 문제를 제기했고, 미국 내 주요 이익단체들이 FTA 폐기를 반대했다. 또 (북한 핵도발 등) 동북아 정세도 급변하고 있다는 점 등 (FTA 폐기 잠정철회 결정에) 여러가지를 감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원의원 6명을 미리 만나서 확인해 보니 '폐기를 하겠다는 편지까지 다 작성이 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만에 하나 FTA 폐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해 김 본부장은 "어느 한쪽이 상대방에게 폐기를 통보하면 180일 후 자동 폐기된다. 다만 그 시점에서 누가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될지를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이번에 만난 상·하원 의원들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