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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역대최고 9월 수출, 내수도 같이 살려야

경제지표 다시 내림세.. 기업 투자 물꼬 터줘야

역대급 수출실적이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수출이 1년 전보다 35% 급증해 551억달러를 넘었다고 1일 밝혔다. 61년 전인 1956년 통계를 만든 이래 월간으로는 가장 많다. 하루 평균 수출액(23억달러)도 역시 최대다. 무역수지는 68개월째 흑자 행진이다. 수입도 21.7%(413억달러) 늘어 불황형 흑자를 벗어나는 모양새다.

정부는 조업일수가 2.5일 늘어난 데다 기업들이 긴 연휴에 대비해 미리 수출을 늘린 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독주에서 벗어나는 모습도 긍정적이다. 우리나라 13대 주력품목 중 10개가 두자릿수를 넘는 고른 증가세를 보였다. 아세안과 베트남, 인도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수출지역 다변화도 긍정적이다. 사드보복 여파에도 대중국 수출이 23.4% 늘어난 것도 눈길을 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수출 위주의 성장은 한계가 있다. 경제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기여도가 매년 줄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2015년만 해도 2.7~2.8%의 성장률을 기록할 때 1.0%포인트를 차지했다. 하지만 작년에는 0.4%포인트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국가경제의 또 다른 축인 내수 관련 경제지표는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소비지표인 8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 감소했다. 설비투자(-0.3%)와 공사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2.0%)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세 경제지표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1년 만이다. 회복세를 타던 경제가 다시 가라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내외적 여건도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맞물려 소비를 막는 가장 큰 요인이다. 중국의 사드보복, 북핵 리스크의 악영향도 계속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간다. 법인세 인상과 고강도 부동산대책, 최저임금 인상, 친노동정책 등으로 기업들은 더욱 사업 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늦었지만 최근 당·정·청이 한목소리로 경기를 살릴 혁신성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다. 국가경제는 수출.내수 두 날개로 성장해야 한다. 외끌이 성장은 한계가 있다. 정부는 이제 내수의 두 축인 가계와 기업이 돈을 쓰도록 정책역량을 모아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들이 맘껏 뛰놀 수 있게 규제를 줄이는 일이 급선무다. 그래야 기업이 투자를 늘려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가계도 소비에 나서는 등 선순환이 일어난다. 모처럼 회복세를 탄 한국 경제가 다시 고꾸라지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