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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출국자로 공항만 붐빈 10일 연휴

여행수지 적자만 커져.. 내수진작 효과는 의문

9월 30일부터 시작된 10일간의 황금연휴가 끝나가지만 기대를 모았던 내수진작 효과는 미미하다. 해외여행을 떠난 내국인 출국자 수가 사상최대를 기록한 반면 국내관광지는 호경기를 누리지 못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북핵 위기에 따른 한국방문 기피로 외국인 관광객이 격감한 탓도 있지만 한국인 관광객마저도 국내관광을 외면하고 해외여행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은 긴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고 입국하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8일 도착 승객 수는 11만5000여명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연휴 초반에는 하루 출국 승객이 비슷한 수를 기록했었다. 여름 성수기보다 큰 규모다. 이번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난 내국인은 1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월간 여행수지 적자는 지난 7월 17억9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였으나 10월에는 이를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이런 추세로 가면 올해 여행수지 적자폭은 150억달러를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가 지난해 해외에서 지출한 돈은 30조원에 이른다. 해외 직구나 출장 등을 제외하고 해외여행비만 따져서 그렇다. 가계 소비지출의 적지 않은 부분이 매년 해외로 유출되는 셈이어서 그러잖아도 부진한 국내소비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의 해외소비를 무작정 억누를 방법은 없다. 그 대신 외국인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고 내국인 해외관광객의 발길을 국내로 돌리도록 유도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관광산업의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8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은 886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8% 줄었다. 같은 기간에 출국한 내국인은 작년 동기보다 17.7% 증가한 1739만명으로 집계됐다. 내국인 출국자 수가 외국인 입국자 수의 거의 두배나 된다. 이대로 가면 우리 관광산업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국내 제조업이 후발 개도국들에 밀려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관광산업은 고부가가치인 데다 고용 흡수력도 커 대체산업으로서의 가치가 높은 분야다.

국내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물적.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형편없는 숙박시설, 바가지요금, 불친절과 불편 등 부실한 서비스부터 개선해야 한다. 의료.레저 등 다양한 관광인프라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
국회에서 2년 넘게 잠자고 있는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도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야당 시절 내세웠던 재벌 특혜라는 시대착오적 진영논리를 이제는 거둬들여야 한다. 관광산업이 청년 일자리 해결과 내수진작에 큰 몫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처리에 나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