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89일간 시민 471명이 신중한 판단.. 갈등으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 줄여

사회적 갈등 봉합 효과.. 정부안 밀어붙이기 떠나 공론화委로 갈등 先봉합
정치적 반발도 줄어들 듯

건설 재개냐 중단이냐를 두고 우리 사회를 둘로 분열시켰던 '신고리 원전 5.6호기' 문제가 시민의 참여하에 민주적 숙의 절차를 통해 20일 재개로 결정됐다. 시민을 대표하는 471명의 참여단은 양분된 우리 사회의 여론을 하나로 결정하기 위해 무려 89일 동안 숙의과정을 거쳤고 4차례의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이전에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이나 영남권 신공항 건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우리 사회의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던 여러 이슈가 있었지만,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이같지 않았다. 정부안을 밀어붙이는 식이 대다수였고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신문 1면을 장식하고 나서야 '재검토'가 이뤄졌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중단을 두고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갈등을 선봉합한 것은 획기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지형 공론화위 위원장은 "공론화는 갈등관리라는 사회적 의의를 가진다고 본다"며 "정부의 최종 정책결정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줄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실제 한국 사회는 그간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이 적지 않게 소요됐다. 세계은행이 국가별 거버넌스지수(WGI)와 지니계수를 활용해 사회갈등지수를 도출해 국제 비교한 결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7번째로 사회적 갈등 수준이 높았다. 또 평균과의 격차는 계속 벌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09~2013년 OECD 29개국의 사회갈등지수와 경제성장의 관계에 대해 실증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수록 경제성장은 더뎠다. 연구원은 한국의 사회적 갈등 수준이 OECD 평균 수준만 된다고 해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2%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봤다.

주요 7개국(G7) 평균 수준까지 개선됐을 경우엔 0.3%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연구원이 추정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 수준은 2016~2020년 2.7%이지만 사회적 갈등 수준이 기대만큼 완화된다면 3%대 잠재성장률을 달성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공론회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관건은 앞으로다. 이번 결정이 '중단' 쪽에 기울어 있던 정부안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위원회의 이번 권고안이 정부의 의사결정에 어떻게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발표에 앞서 "이 보고서 발표는 시민을 대표하는 참여단 471분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이나 언론이 공론화위의 결정을 존중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다만 공론화위의 결정이 건설재개로 나오면서 정치권의 큰 반발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그간 공론화위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는 구성이라며 중단 결정을 한다면 대통령이 국정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온 바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