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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가계빚 잡으려다 경기까지 잡을라

긴축 알리는 금리인상 코앞.. 동시다발성 악재는 피해야

정부가 24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문재인정부 5년동안 우리 경제에 혹과도 같은 존재인 가계부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청사진이다. 이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취임 후 지난 5개월 동안 공을 들여온 분야다. 당정청 간의 조율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발표시기가 연기됐다. 그만큼 경제 전체에 미칠 영향이 중대하고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책의 큰 방향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가계부채 억제와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의 최소화다. 양자는 이율배반적이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시행하면 경제에 미칠 충격이 커진다. 반대로 충격을 줄이기 위해 대책의 강도를 완화하면 부채 억제 효과가 사라진다. 따라서 양자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가계빚은 공식 통계로는 지난 2.4분기 말 현재 1388조3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1257조6000억원)에 비해 대략 130조원이 늘었다. 연간 증가율은 10.3%로 지난해 경상성장률(4.6%)의 두 배가 넘는다. 분기마다 평균 32조원 꼴로 불어난 셈이다. 3.4분기 통계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1400조원을 넘을 것이 확실하다. 급증한 가계빚은 여러 경로로 우리 경제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협하는 잠재적 불안요인이다. 과도한 이자 부담으로 가계의 소비여력을 고갈시켜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는 것도 문제다.

박근혜정부 시절부터 여러 차례 가계부채대책이 나왔지만 효과가 없었다. 한쪽을 조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식의 풍선효과에 그쳤다. 땜질 정책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가계빚 급증의 근본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정책이고, 또 하나는 박근혜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가계대출을 늘리는 정책을 편 결과다.

문재인정부는 가계대출도 줄이고 부동산투기도 잡겠다고 한다. 이미 몇 차례 강력한 투기억제대책을 내놓았다. 투기억제는 옳은 방향이지만 이로 인해 아파트 거래가 격감하는 등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 시대도 끝나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금융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며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연 5%선을 넘고 있다.

가계빚 억제는 불가피한 정책 방향이다.
그러나 정책 수단들이 한꺼번에 가계빚 억제에만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급격한 가계빚 축소가 자영업자 등 약한 고리에 충격을 주어 금융시스템 위험을 높이거나 경기 위축을 초래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가계빚 증가 속도를 서서히 줄이면서 경기 충격을 최소화하는 신중한 정책조합을 마련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