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최근 5년새 불량부품 등의 원인에 따른 원전 고장 정지에 5200억원 가량의 손해를 봤지만, 정작 손해배상을 받은 것은 100억원도 안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장 원인이 불량부품 등 납품업체 책임으로 확인해놓고도 하자보증 기간이 지났다는 명목으로 배상 청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2~2017년 8월까지 고장부품 하자처리내역'에 따르면 총 45건의 원전 고장 정지 중 26건이 부품·제작·설계·시공 결함 등 불량부품 납품업체 책임으로 분류한 고장이었다. 하지만 이 중 일부라도 한수원이 손해배상을 받은 건은 11건에 불과했다.
불량부품 등 납품업체 책임으로 분류된 고장원인은 26건이다. 상세내역을 보면 부품결함 2건, 설계결함 1건, 설계오류 1건, 시공결함 4건, 자재불량 1건, 제작결함 17건이다.
이로 인한 한수원 손실액은 부품 교체 및 수리비용 14억원과 원전 정지기간 동안 발전소를 가동했다면 한수원이 받았을 발전 정산금 상당액인 '발전손실' 5204억원 등 총 5218억원이다.
그러나 보상받은 금액은 총 95억원으로 손실액 대비 1.8%에 불과했다. 현재 소송 중인 1건을 포함 한수원이 원전 부품 납품업체 측에 청구해 돌려받은 11건의 원전 고장정지에 대한 피해 배상액은 부품교체 수리비 13억원과 발전손실 82억원 등 총 95억원이었다.
그마저도 한수원 피해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발전손실에 대한 청구는 11건 중 2건 뿐이었다.
불량부품 납품 업체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하자보증기간 만료로 책임이 종료하거나 고의적인 불법행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납품업체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계약내용에서 정했다"는 것이 한수원의 설명이다.
한수원이 납품업체측 책임으로 인한 원전 고장정지로 분류하고도 손해배상 청구조치를 하지 않은 15건의 원전부품 보증기간은 짧게는 3개월에서 12년까지 보증기간을 넘긴 사례들이다.
하지만 어 의원은 "부품 보증 기간이 만료한 후에 원전 고장이 발생했다면 원전에 대한 유지·보수 책임을 태만히 한 한수원의 책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어 의원은 "한수원이 업체측 책임인 것처럼 분류한 원전 고장정지 원인들의 상당수가 천문학적인 피해액에 대한 원전 유지 보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그 책임소재를 명백히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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