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정부 '신고리 갈등' 풀고 탈원전 정면대응

신고리 5,6호기 재개가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전환에 더욱 힘을 실어준 형국이다. 신규원전 6기 백지화-노후원전 14기 폐쇄로 탈원전 (현재 비중 30%→2030년 18%)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게 24일 정부가 밝힌 에너지전환 로드맵의 골자다. 원전 감축 문제는 그간 불확실성이 컸다. 탈원전의 큰 그림만 그려놓았지 사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없었다. 하지만 공론화위원회의 '원전 단계 감축' 권고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정부는 신고리 논란을 잇는 제2, 제3의 '탈원전 갈등'에도 정면 대응한다는 계산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임기내인 오는 2022년까지 원전 축소는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동 원전은 현재 24기에서 2022년 28기로 늘어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5년짜리 로드맵'으로 끝날지, 지속될지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굳혀
이번 탈원전 로드맵은 신고리 5,6호기 재개 결정 이전에 마련한 로드맵 초안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다만 신고리 공사재개후 원전 밀집도가 심화되는 만큼, 원전 내진설계 강화, 원전 비리 관리 강화 등의 대책이 추가된 게 눈에 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신고리 5,6호기 논쟁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당연히 할 일이다. 이번 로드맵이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간단하다. 신고리 5,6호기 원전(2022년 가동해 설계수명 60년)이 마지막 원전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규 원전 6기는 건설은 백지화하고, 노후원전 14기는 수명연장을 않겠다는 것. 이에 따라 2022년 원전 28기에서 2031년엔 10기가 수명 만료돼 18기로 줄고, 2038년엔 수명이 끝나는 4기가 더해져 14기로 감축된다. 2023년 고리 2호기, 2024년 고리 3호기, 2025년 한빛 1호기, 고리 4호기 등 총 10기(월성1호기 제외)가 2030년 안에 수명이 종료된다.

특히 월성1호기는 2022년까지 10년 설계수명(30년)이 연장돼 현재 가동 중인데, 그 전에 조기 폐쇄한다. 현재 수명연장 결정 적법성 및 안전성 문제를 놓고 결정권자인 원안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반대측 시민단체 간에 소송 중이다. 백 장관은 "전력수급 안정성 등을 고려해 조기 폐쇄하겠다"고 했다.

변수는 월성 1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원전은 운전수명 만료 시점은 문재인 정부(2022년) 이후다. 수명 만료시점 이전에 '계속 운전' 여부를 현 정부에서 확정할 수 있을 지, 단계적 탈원전이 지속가능할 지는 불투명하다.

또다른 문제는 유무형의 손실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다. '신고리 갈등'과 마찬가지로 수천억 투입 비용 문제, 한국형 원전 수출 타격 및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 약화 등 후유증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밝힌 백지화 대상인 신규 원전은 6기다. 울진 신한울원전 3·4호기와 영덕 천지원전 1·2호기, 삼척 또는 영덕 예정인 원전 2기다. 현재 신한울 원전 3·4호기는 시공 관련 설계용역이 일시 중단됐고, 천지 1·2호기는 환경영향평가 용역 등 부지 매입 절차가 중단된 상황이다. 두 곳의 원전 4기 건설에 현재까지 3400억원 정도 투입됐다. 이에 대해 여당은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매몰비용이 건설지역지원금, 협력사 배상 비용을 합하면 1조원에 달한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한수원 사업구조 재편
원전 운영사업자 한수원 사업구조 개편도 에너지전환 로드맵의 중요한 부분이다. 원전 안전관리, 신재생에너지 확대 중심으로 중장기 사업 인력 구조를 바꾸는 게 핵심이다. 독자기술을 상당부분 확보한 원전해체 사업 및 원전 수출 타격 우려가 신고리 재개의 결정적 계기가 된 만큼, 한국형 원전 수출 부문에서 한수원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 예산으로 원전 확대 여론조성을 해왔던 공기관 원자력문화재단도 에너지전환 프레임에 맞춰 운영방향이 재편된다. 깨끗하고 안전한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대국민 홍보기관으로 '탈원전' 문화재단으로 바뀌는 셈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30년 20%로 확대하는 정책도 계획대로 추진한다. 원전 밀집지역 및 국내 원전산업 연착륙 대책도 찾는다. 백 장관은 "신재생 이익공유, 온배수 활용 사업 등 주민 지자체가 참여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 연내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도 기업 등 이해관계자와 정부의 소통이 중요한 부분이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확대해야 하는데, 정책 추진시 협력해야할 게 많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들과의 잦은 마찰, 정부의 정책 조율 미진, 추진동력 약화 등 그간 걸림돌을 해소해야 한다. 또 석탄화력으로 계획된 발전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전환에 따라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기업과 지역민의 갈등을 원만히 풀어야하는 일도 정부의 숙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