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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사고 시 방호장구 착용은 오히려 대피를 방해한다?

울산 방사능 유출사고 시 방호장구 착용 논란, 방호구착용보다 신속한 대피 필요
시민단체 교통마비 등 신속한 대피 어려운 상황 … 피폭최소화 위해 개별보호장구 지급 필요 

원전사고 시 방호장구 착용은 오히려 대피를 방해한다?
울산광역시 방사능 누출사고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

【울산=최수상 기자】“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하면 방호장비를 착용하고 대피할까, 아니면 그대로 차량 등을 이용해 신속히 사고지역을 벗어나는 게 나을까?”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가 결정됐지만 이로 인해 울산은 총 16기의 원자력발전소에 둘러싸이게 되면서 안전에 대한 걱정은 오히려 늘었다. 울산시가 ‘원전 안전도시 구현 종합계획’을 내달 발표할 예정이지만 주요 골자인 대피매뉴얼 등이 원전사고 시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논란이 여전하다.

울산은 지난 2015년 정부(원전안전위원회)의 방사선비상계획 구역이 원전 반경 30km까지로 확대되면서 117만 인구 대부분이 방사선 방호환경에 놓였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그 해부터 대피 매뉴얼을 마련했고 보호용 방호장구(방호복, 보안경, 장갑, 덧신, 마스크) 6만8875세트, 마스크는 10만7000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탈핵단체 등에서는 실질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인구수에 비례하는 원전 보호장구 확보가 필요하다며 울산시가 수립할 원전 안전도시 구현 종합계획에 반영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안전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안을 받아들여 더 이상의 방호장구 마련을 꺼리고 있다.

울산시는 방호장구를 개별지급해 주면 분실 우려도 있고 실제 사고 시 방호구 착용 시간 때문에 오히려 대피가 늦어질 수도 있다며 방호장구는 현장 투입 인력이나, 원전 근접지역 주민들에게만 방호장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울산시 원자역산업안전과 관계자는 "여러종류의 방호장구 착용을 평소에 훈련하지 않으면 오히려 대피 시간을 대부분 허비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시라도 빨리 대피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울산시의 ‘원전 안전도시 구현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담당하고 있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김희령 교수팀도 당초 116억 원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인구수에 적합한 100만 개의 원전 보호장구 구입 필요성을 지적했으나 현재는 방호구 착용보다는 대피 매뉴얼에 따라 기차, 버스 등을 이용해 신속히 대피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실효적이라고 판단을 내린 상황이다.

그러나 울산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현실성이 결여된 방법이라며 비상시 도로교통 상황 등이 고려된 보다 세밀한 연구 용역을 요구하고 있다.

방사능 누출사고 시 울산시민 상당수가 자가용 등 개별 차량을 이용해 대피에 나설 경우 교통망이 마비될 수밖에 없고 사고지역 내 대피소가 위치하거나 불가피하게 거주지에 남을 수밖에 없는 경우 보호대책이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울산지역 지자체별 매뉴얼을 보면 원전 반경 10~20㎞ 이내에 거주 중인 주민들은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원전 반경 20㎞ 밖에 마련된 구호소로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지역 주민들의 경우 가까운 고등학교 등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구호소가 마련돼 있는 실정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원전 폭발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1~2㎞를 도보로 벗어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구호소 이동 과정에서 각종 오염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교와 병원 등 대규모 집단시설에서는 보다 심각하다는 입장이다. 교사 이모(52)씨는 “비상 시 학생들을 인솔해 지자체가 마련한 버스나 기차, 선박 등을 이용해 대피소까지 이동하는 매뉴얼이 있지만 단 1회도 이 같은 훈련을 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장시간 사고지역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대피 시까지 피폭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개별 방호장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