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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자기회사 적자에 빠뜨린 기아차 노조

기아차가 3.4분기 영업손실 4270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으로 10년 만에 적자를 냈다고 27일 밝혔다. 부진한 실적이 적자의 주범은 아니었다. 지난 8월 말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패해 1조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것이 원인이다. 대가를 챙기기 위한 소송이 적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통상임금 리스크는 기아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본급 외에 각종 수당을 지급해온 모든 기업들이 분쟁 위험에 처해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13년 12월 18일 대법원의 '갑을 오토텍' 전원합의체 판결은 분쟁 해결의 기준점 역할을 했지만 혼란을 제공하는 단초도 제공했다. 통상임금에 대해 '정기적, 고정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급여라고 못박은 것은 명쾌했다. 다만 기업 부담을 배려한 추가 조건이 맹점을 만들어냈다.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 노사 간 '신의칙'을 적용해 소급분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시 내용 때문이다.

지난 8월 항소심에서 금호타이어는 이 조건으로 득을 본 경우다. 법원은 원고로 참여한 노동자 5명의 추가수당요구를 "기업 경영에 막대한 손실을 준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영 악화 우려에 대한 판단기준을 과거나 현재 실적기준으로 삼을지, 미래의 위험까지 적용해 판단할지는 사실상 법원의 몫이다. 기아차는 달랐다. 중국의 사드 사태 영향이 지속돼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통상임금 분쟁해결을 위한 판단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대한상의는 통상임금에 대해 "소송에 대한 신의칙 인정 등이 법원 판결마다 달라 산업 현장에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통상임금의 개념과 산입 범위를 명확히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조속히 입법되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통상임금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대법원 판례만으로는 부족하다.
분쟁을 최소화하려면 국회가 통상임금 관련 법률을 손질하는 게 필수적이다. 국회에선 통상임금과 관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 여러 건이 계류 중이다. 조속히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길만이 들쭉날쭉한 판결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