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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작권 행사할 역량 확보가 먼저다

북핵 조기 경보 허점 드러나.. 무늬만 자주로 안보 못지켜

문재인정부가 역점을 둬온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가 내년 이후를 기약하게 됐다. 28일 열린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연합사를 대체할 미래연합군사령부 창설안 승인이 불발되면서다. 이에 따라 2020년대 초반을 목표로 전작권 조기 전환을 밀어붙이던 현 정부의 구상에 얼마간 차질이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의 '핵 폭주'로 안보상황이 엄중한 국면이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환이라는 대선 공약에 얽매여 전작권 전환을 서두를 때가 아니라고 본다.

송영무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회의 후 공동성명에서 전작권 조기 전환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양국은 전시 한.미 연합작전을 지휘할 미래사 편성 승인을 미뤘다. 일종의 형용모순이다. 전시에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방안에 대한 이견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유사시 한.미 연합군을 지휘할 한국군의 능력을 미국 측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전작권 조기 환수를 기정사실화하며 "문재인정부에 대한 미국의 강한 신뢰를 확인해 준다"고 물색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으니 황당하다.

이런 엇박자는 범여권 일각이 조기 전작권 전환에 대한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다는 방증일 게다. 물론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전쟁 수행 시 우리 군이 작전을 주도해야 할 당위성을 누가 부인하겠나. 다만 전작권 환수의 궁극적 목표가 뭔가. 북한의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대한민국의 안보를 굳건히 지키는 일이다. 그렇다면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봐선 안 될 말이다. 설령 전작권을 환수한들 한.미 연합전력에 구멍이 생기면 뒷감당은 누가 할 것인가. 무늬만 그럴싸한 자주국방이라는 구호에 연연하다 비상시 미군이 개입할 안전장치를 없애는 우를 범해선 더욱 곤란하다.

더군다나 올 들어 북한의 수차례 핵미사일 도발 때 대북감시 및 조기경보 능력에 큰 허점이 드러났다.
지난 8월 북한이 원산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수발 발사했을 때 미.일과 달리 우리만 방사포라고 우기다가 나중에 말을 바꿀 정도였다. 독일 등 유럽국들이 나토(NATO)사령부의 전작권을 미군에 넘긴 것도 허울뿐인 '자주'보다 실질적 '방위'를 택한 결과일 게다. 정부는 전작권 조기 환수보다 이를 실제적으로 행사할 역량 확보가 먼저임을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