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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아껴 脫원전하자면서… 공공기관은 저효율 LED조명 구매

추경안 2000억 투입해 국립대 등 LED 조명 교체중
나라장터 입찰 기준보니 고효율보단 최저가 제품만.. 정부 기조와 어긋나

공공기관과 국립대학에서 전기를 많이 먹는 저효율.저사양의 발광다이오드(LED)조명을 최저가로 구매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ED조명 교체에 추경안 2000억원이 확정, 공공기관과 국립대학에 조명교체가 진행중이다. 그런데 에너지 절약이라는 기본 취지에 맞지 않게 저사양, 저효율의 LED 제품을 채택하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편의에 따라 기존 구매 기준을 고집하면서 합리적이지 못한 예산 집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

LED조명은 연색성과 밝기 등이 우수하면서 광효율이 높은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K공사가 조달청 나라장터에 제시해 놓은 직관형 LED램프(형광등 대체용)의 고효율기자재인증 기준은 광속(밝기) 2300lm이상에 광효율 130lm/W 이상이다. 18W 이하 LED램프가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현재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형광등 대체 LED램프 중 소비전력이 가장 낮은 것은 12W로 고효율이다. 12W급 직관형 LED램프를 제조하는 업체만 해도 23개 회사가 넘는다. 그럼에도, 이 공공기관에서는 18W 이하를 기준으로 최저가 입찰한 제품을 채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공공기관의 고효율 기준이 LED조명 업체들의 기술 개발을 따라오지 못해서 발생하는 오류다.

업계 관계자는 "LED조명에 대한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 기준이 마지막으로 수정된 것이 2014년 12월"이라며 "이후 연구개발을 통해 고효율의 제품들이 시중에 쏟아져 나왔음에도 공공기관과 대학에선 여전히 저효율의 LED 제품들을 싸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기술발전에 발 맞춰서 직관형 LED램프의 고효율 기자재 인증 기준을 12W급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평판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에서 정한 평판등의 고효율기자재 인증기준은 광속(밝기) 3800lm이상에 광효율 95lm/w이상으로 40W 조명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현재 판매되고 있는 평판등 중에 소비전력이 가장 낮은 것은 20W 초반의 제품이다. 20개 이상의 업체에서 소비전력 30W 이하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공기관과 국립대학들은 여전히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40W LED등 몇 개라는 식으로 입찰기준을 정해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경우 동일한 밝기를 갖고 있으면서 소비전력이 더 낮은 초고효율 제품은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중소 LED 제조업체 관계자는 "전기를 적게 쓰는 고효율 제품을 만들어봐야 (공공기관 등에서 40W 등만 찾기 때문에) 팔기 힘들다"면서 "결국 기업들은 고효율 제품을 만들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용되던 에너지의 양을 줄여나가야만 한다"면서 "신재생에너지로 원전 수준의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매우 큰 투자비용이 들지만 LED조명으로 소비전력을 줄이면 그만큼 전력생산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중소기업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