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잇단 파견법 말썽 … 법에 문제는 없나

직접고용 시정명령도 맹점.. 비현실적 규정부터 손보길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받은 기업들이 편법을 일삼는 것으로 드러났다. 파이낸셜뉴스 보도(2017년 11월 14일자 1면)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로부터 직접고용 명령을 받은 기업들이 해당 파견근로자들과 정규직이 아닌 6개월 단기계약을 맺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바람에 근로자 스스로 단기계약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는 파견근로자보호법 취지에 어긋나는 편법이다. 파견법은 사용사업주, 곧 기업이 관련법을 위반하면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하도록 했다. 상식적으로 직접고용은 정규직으로 채용하란 뜻이다.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하나는 법의 맹점을 이용하는 기업들의 나쁜 버릇이다. 파견법은 불법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하라고만 했다. 기업 입장에선 정규직도 직접고용이고, 비정규직도 직접고용이다. 그러니 6개월 단기 비정규직으로 채용해도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고용부도 시정명령 이행이라는 형식만 따질 뿐 이 같은 편법을 문제 삼지 않는 것 같다. 이런 기업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위법이 아닌 한 책임을 물을 순 없다. 고용부나 국회가 나서서 맹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파견법 자체의 문제다. 파견법은 1998년 외환위기 한복판에서 제정됐다. 당시엔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때나 지금이나 파견법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는 파견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파견법은 32개 업무에 한해 파견을 허용한다. 이들 업무에선 기업이 파견근로자를 지휘.명령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다른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쓰다 직접 지시를 내리면 불법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 규정에 걸려서 곤욕을 치른다. 얼마 전 협력업체 제빵사한테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내렸다 5000명 직접고용 명령을 받은 파리바게뜨가 대표적이다.

법과 현실이 따로 노는 또 다른 사례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곧 비정규직보호법이 있다. '보호법'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이 법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힘들게 한다. 정규직으로 전환은커녕 2년마다 직장에서 쫓겨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올해로 시행 10년을 맞았지만 이 법 덕분에 비정규직 근로자의 형편이 피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법이 노동시장과 따로 놀기 때문이다.

기업이 꼼수를 부리면 질책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이 편법을 저지르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다.
파견법이 줄곧 말썽이라면 먼저 법에 오류가 없는지 들여다보는 게 순서다. 파견 허용업무도 현실에 맞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편법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