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北, 대화에 나선다면 모든 방안 열어놓고 협의"

文대통령 순방 성과 브리핑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 마련된 젠호텔 중앙기자실을 방문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세안 정상회의 등 첫 동남아 순방 성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마닐라(필리핀)=조은효 기자】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지금은 북한을 대화의 길로 이끌기 위해 북한을 제재하고 압박하는 그 강도를 높여나가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전제한 뒤 "일단 대화에 들어간다면 모든 방안들을 열어놓고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제재와 압박 국면 이후, 대화 분위기로 접어들었을 때 대북 대화 로드맵(관여정책), 대북 보상책의 일환으로 북한의 핵개발 중지(동결)와 한.미 군사훈련을 동시에 맞바꾸는 소위 중국.러시아가 주장하는 쌍중단(雙中斷)도 선택지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 직후 동행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북핵 협상과정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 우리의 선택지(옵션)에 포함된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은 아니나 대화국면이 열린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고도화된 상황에 비춰보면 빠른 시일 내에 단숨에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로 가기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은 기본적으로 북한 핵을 동결시키고, 그 다음에 완전히 폐기로 나아가는 그런 식의 협의가 될 수 있고, 그에 상응해 우리와 미국, 국제사회가 북한에 무엇을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인지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6월 첫 방미 당시 문 대통령이 '워싱턴 구상'으로 제시한 '동결' '폐기' 2단계 북핵해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당시와 달리 '북한의 핵동결 선언'이 반드시 대화의 조건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청와대 내부에선 북한이 현재 60일 가까이 도발을 중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까지 도발을 중지한다면 반년 가까이 도발을 멈추는 것이 된다. 그런 상황이라면, 즉 대화로 가는 '모멘텀'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구상을 밝히면서도 현 시점에선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고 말해, 북한의 태도변화가 전제가 돼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가능성에 대해 "우선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해서 비관도 낙관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참가 여부는 좀 더 대회에 임박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또 북한의 참가를 위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여러 노력들도 그때 밝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지난 11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전날 리커창 국무원 총리와의 회담 중간, 지난 10월 31일 한·중 관계개선 협의 이후 제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사드 문제가 언급된 것을 놓고 '불안한 봉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양 정상이 실무외교 차원에서 합의됐던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한 뒤 "일단 사드 문제는 양국 간의 관계에서 '제쳐두고', 그것과는 별개로 정상화.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에 양국이 합의한 셈"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마 다음 방중(12월 중) 때는 사드 문제는 의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