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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최장 지각 조각 … 인사시스템 수술하길

집단사고시 검증 허점 생겨.. 인사풀 넓혀야 협치도 가능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장관으로 공식 임명했다. 취임 195일 만에 1기 내각이 완성된 것이다. 아울러 새 정부가 중소기업 및 혁신성장을 북돋우려고 만든 중기벤처부도 일단 닻을 올리게 됐다. 하지만 안도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행여 조각 과정에서 불거진 여권의 인사 난맥이 빌미가 돼 정국 혼돈이 장기화될까 봐서다.

물론 '최장기 지각 조각' 사태 자체가 문제일 순 없다. 새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보궐선거를 치른 뒤 대통령직 인수위도 꾸리지 못하는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서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올챙이 시절'을 잊고 청문대상자들에게 과도한 도덕성 공세를 벌인 측면도 없지 않을 게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조각 과정에서 인사 개혁의 전범을 보이긴커녕 구태를 답습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일 듯싶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병역 면탈.부동산 투기.탈세.위장 전입.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낙연 총리부터 인준 과정에서 위장전입과 아들 병역면제 시비에 휘말리면서 이 공약은 빛이 바랬다. 안경환 .조대엽.박성진 장관 후보자는 낙마했지만, 강경화 외교.송영무 국방 등 유사한 흠이 있는 후보들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채 줄줄이 임명되면서다. 특히 중학생 딸의 재산 증여 과정에서 편법적 '절세 기술'로 도덕성 논란을 빚은 홍 장관을 임명해 조각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지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인사'라는 꼬리표는 남았다.

이로 인해 자칫 여야의 무한 대치가 한동안 이어질 판이다. 국정 상설협의체를 통한 협치가 물 건너간다면 국민의 입장에선 불행한 사태 전개다. 그렇다면 칼자루를 쥔 여권이 인사시스템을 돌아봐야 한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말이 왜 나오겠나. 전 정권에 '복무'한 인사들을 배제하는 건 그렇다 치자. 각계의 중립적인 전문가 집단 중에 널리 깨끗한 인재를 발굴할 생각은 않고 기왕의 좁은 인재풀에 집착하다 보니 무리수가 불거지는 것이다.
청와대 민정.인사 라인의 책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운동권 위주로 구성된 인적 구성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끼리끼리' 집단사고에 젖어 인사 추천과 검증에 잇단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면 심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