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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脫원전·中추격 ‘이중고’ 이겨낸 쾌거

한전, 英 무어사이드 원전 우선협상자 선정
숨막혔던 인수전
사업 추진했던 日 도시바 후쿠시마 사태로 위기 빠져
한전, 지분 매입 준비 착수
한전의 정중동 전략
英 정부.업계 우군 만들어.. 조환익 사장도 도시바 접촉
자본 앞세운 中 경쟁자 제쳐

한전, 脫원전·中추격 ‘이중고’ 이겨낸 쾌거

한전, 脫원전·中추격 ‘이중고’ 이겨낸 쾌거

한국전력공사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개발사인 누젠(NuGen)사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중국이라는 거대 경쟁자를 모두 넘어선 두 번의 승리로 평가된다. 한전은 이를 위해 경쟁자들에게 속내를 보이지 않은 채 내부적으론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전략을 사용했다.

6일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몇 달을 제외하곤 영국 원전 사업에 대해 최소한 겉으로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수년간 물밑에서 인수를 위한 작업을 진행했으면서도 드러내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언론의 지분 인수전 참여 의향 질문에도 "제안이 오면 검토해보겠다"는 정도의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사실 누젠 지분 100%를 보유한 도시바의 위기는 일찌감치 예고됐었다.

도시바는 2006년 원전 핵심기술을 보유한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당시 추정가인 20억달러의 2배가 넘는 54억달러(약 6조2505억원)를 제시하며 경쟁자였던 미쓰비시중공업과 제너럴일렉트릭(GE)을 물리쳤다.

하지만 도시바의 기대와 달리, 2011년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태가 터지면서 원전산업이 침체를 맞이했고 도시바는 원전사업에서 7125억엔(약 7조2454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여기다 거액을 들인 웨스팅하우스 사업마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전은 이즈음 도시바의 누젠 지분을 눈여겨봤다. 이른바 영국 원전사업자 인수 프로젝트의 시작 시점이다. 한전은 이때부터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에 참여를 목표로 법률, 재정, 회계, 기술분야 해외 유수의 자문사와 함께 실사를 진행했다. 또 사업 리스크를 검토했다.

그러나 표면적으론 조용했다. 도시바가 올해 2월 웨스팅하우스 지분 매각을 선언할 때 누젠 지분 매각 소식도 함께 알려졌지만 한전은 표정 관리를 했다.

대신 내부적으론 치밀한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영국 정부 및 원전 산업계와 접촉하면서 우군을 만들었고 도시바와 협상도 꾸준히 벌였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올해 6월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과 조찬을 함께 했다. 알려진 것은 신재생에너지, 해외 원전사 협력 등에 대한 협력방안 논의였으나 실제로는 원전 인수전에 속도전을 내기 위한 작업이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양사의 최고경영자가 만난 이날이 처음이었다.

조 사장은 지난 10월에는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장관과 면담하며 직접 누젠을 통해 누젠 인수 및 영국 원전사업 참여 의지를 전달했다.


한전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자로 4기를 공급했고 세계적 원전기업으로 거듭나려 하려는 점, 영국 내에서의 인지도, 도시바와의 협상내용 등을 내세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한전은 이 같은 노력으로 자국 정부의 지원과 자본을 앞세워 뒤늦게 뛰어든 중국 광둥핵전공사(CGN)를 물리치고 승기를 잡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자료를 내고 "한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환영한다"면서 "한전이 그간 국내 및 UAE 등에서 보여준 우수한 기술력과 시공 역량을 원전 선진국인 영국에서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