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과 공존 준비할 때(상)]

반달곰 개체수 늘어난 만큼 안정적 서식지 확대해야

복원사업 48마리로 증식 성공… 관리방식 바뀌어야
지리산 탈출 사건 계기로 사람 인식 전환도 필요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증식.복원 계획에 따라 반달가슴곰 복원 프로젝트에 착수해 현재 48마리 증식에 성공했다. 어미 반달가슴곰이 사육장을 벗어나 새끼를 낳은 뒤 지리산에서 어린 곰과 함께 나무를 타고 있다.

곰은 우리 정서와 닿아 있다. 단군신화의 '웅녀'는 우리의 뿌리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반달가슴곰 복원 프로젝트'는 그래서 더 의미 있다. 반달가슴곰은 '동그란 눈에, 까만 작은 코, 예쁜 털옷을 입은 예쁜 아기곰~'이라고 동요에 등장할 정도로 친숙하다. 하지만 현실은 위험하고, 동물원에서 만나야 하는 동물이다. 인간과 공존하는 반달가슴곰을 기대하며 복원 추진 프로젝트와 방사 상황을 두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무더위가 본격 시작되기 전인 올해 6월 지리산이 발칵 뒤집혔다. 자체 증식에 성공해 지리산에 풀어놓은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곰에게 부착했던 발신기도 떨어져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다행히 1주일여 뒤 이 반달곰은 80㎞ 떨어진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됐지만 정부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공격성향을 가진 곰의 관리가 부실하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철저한 관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 곰에게 부착된 발신기는 지리산 자연적응훈련장에서 벗어나 10일 만에 또다시 수도산을 향해 있었다.

그렇다면 반달가슴곰이 왜 지리산을 두 차례나 벗어난 것일까. 우선 동물 고유의 본능으로 추정된다. 등산객이 많이 찾는 지리산보다 조용하고 간섭이 덜한 수도산으로 갔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이미 한 차례 답사를 통해 수도산의 이점을 습득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리산에서 활동하는 다른 반달가슴곰 47마리와 먹이활동, 교미 등에서 경쟁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밀려나 자신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제한된 지역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해당 반달가슴곰 고유의 특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곰은 인간으로 치면 활동력과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연령인데, 우연히 지리산을 벗어나 이동과 먹이활동을 반복하면서 지리산 외의 지역에서도 안전하다는 것을 익혔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실제 러시아에서 관리하는 반달가슴곰이 사람에게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해 1000㎞ 떨어진 곳에 방사했지만 4개월 만에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온 사례도 있다.

정부는 지리산에만 최소 50마리의 반달가슴곰 증식.복원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엔 자연출산 3세대 반달가슴곰이 확인됐다.

문제는 앞으로 반달가슴곰 숫자는 늘어나고 수도산 곰처럼 지역을 이탈하는 개체가 증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환경.동물단체는 이 같은 점을 근거로 반달가슴곰의 서식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천 수도산과 덕유산, 설악산, 오대산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반달가슴곰이 이같이 한반도에서 광범위하게 생존하려면 몇 가지 사항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정부의 복원사업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인식 전환을 주문한다. 반달가슴곰을 더 이상 전설 속 동물로 생각하지 않고 멧돼지, 고라니와 같은 야생동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발신기를 부착하면서 관리하는 동물은 사실상 반달가슴곰 한 종밖에 없다. 발신기 부착과 개체 수 확산을 위해 거세하는 과정도 잔인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달가슴곰이 더 이상 '관리'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함께 살 수 있는 '공존'을 준비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도 있다.

이를 위해선 반달가슴곰 영역을 인정해야 한다. 아울러 그들 공간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을 땐 손님으로서 예의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실제 일본은 반달가슴곰뿐만 아니라 불곰 등 곰 1만여마리를 야생 곳곳에 풀어놓고 있다. 그 대신 주민들에게 이들 곰을 마주했을 때 각종 대처방법이나 예측 매뉴얼을 제작.보급한다. 2016년 발생했던 일본 야생 반달가슴곰의 주민 습격은 그해 곰의 먹이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주민이 곰의 영역인 깊은 산속까지 들어갔기 때문에 발생했다.

캐나다 역시 탐방객이나 주민의 대처를 권장한다.
이 나라에서 국립공원에 들어가려면 의무적으로 곰 스프레이를 소지하고 4명 이상이 그룹을 이뤄야 한다. 어기면 2만5000달러의 벌금을 물린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녹색연합, 동물권단체 케어는 이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수도산까지 이동한 반달가슴곰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안정적 서식지 확보와 함께 지역주민.대중의 인식이 함께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지리산만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야생의 법에 따라 살아가는 반달가슴곰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