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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기, 아직은 긴축보다 양적완화.. 집행이사회서 금리 동결

채권매입도 기존 유지키로
독일 등 강경파와 대립 심화

드라기, 아직은 긴축보다 양적완화.. 집행이사회서 금리 동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양적완화(QE)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성장 전망은 높여잡았지만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2020년까지도 ECB 목표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무색해졌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들어 3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중국인민은행(PBOC)이 대출금리를 전격 인상하는 등 주요국들이 통화정책 고삐를 죄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ECB 내부에서 드라기 총재가 주도하는 온건파와 독일 등의 강경파 대립이 심화될 전망이다.

14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회의인 집행이사회를 마친 뒤 QE 지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집행이사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제로로 묶고, 예금금리는 마이너스(-)0.40%, 한계대출금리는 0.25%로 각각 동결했다.

또 월 600억유로 규모인 채권매입 역시 내년 1월부터 월 300억유로로 줄이고, 적어도 9월까지는 매입을 유지하기로 집행이사회는 결정했다.

아울러 연준이 그랬던 것처럼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은 계속 재투자하고, 초저금리는 채권매입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ECB는 밝혔다.

ECB가 이날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조정했지만 드라기 총재는 2020년까지도 인플레이션이 ECB 목표치인 '2%에 매우 근접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면서 통화완화 정책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 회의에서 출구전략을 시사하는 내용이 나올 것이란 시장 예상과는 다른 행보였다.

드라기는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강한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성장 전망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는 이어 이같은 성장전망 개선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지속적인 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를 감안할 때 QE 지속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드라기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해서 누적되도록 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통화 완화정책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집행이사회도 회의 뒤 성명에서 경제가 궤도를 이탈하면 QE 규모를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그렇지만 드라기 총재가 주도하는 온건파와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 간 내부 논쟁은 심화될 전망이다.

올해부터 2019년까지의 유로존 성장률 전망이 석달 전인 9월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높아진데다, 인플레이션 전망 역시 개선 흐름이 뚜렷해 매파의 목소리는 높아지게 됐다.

게다가 연준이 13일 또 다시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내년 3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하는 등 주요국이 금리인상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드라기에게는 부담이다.

미국, 중국 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이전보다 빨리 금리인상에 착수할 것임을 시사했고, 스위스는 금리인상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면서도 2020년 후반이 되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은행(BOE)은 지난달 10년만에 첫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와 클라우스 크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 등 매파는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채권매입 종식 시점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날 경제분석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유로존 11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8로 8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활동은 2000년 이후 최고, 내수 핵심인 서비스업 활동은 2011년 초반 이후, 또 고용확대는 17년여만에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