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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원전 건설은 위협"

벨라루스에 짓고 있는 원전 리투아니아 수도서 50㎞
사고 가장한 러 공격 우려.. 거짓 소식에도 혼란 가중
전문가 "안보불안은 기우"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짓고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인접국인 리투아니아, 폴란드를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친러 성향의 벨라루스에 짓고 있는 원전이 리투아니아 수도인 빌니우스에서 약 50㎞밖에 안 떨어져 있어 원전 사고를 가장한 러시아의 교묘한 공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리투아니아 의회가 지난 6월 벨라루스 원전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고, 달리아 그리보스카이테 대통령도 "이를 국가 안보위협에 관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인프라 프로젝트가 잠재적인 안보위협으로 등장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의 평화의댐을 들었다. 1986년 북한 임남댐 건설이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것이라는 정부 발표 뒤 막대한 국민성금으로 1989년 댐이 완공됐다.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조성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이 이를 영구적인 항공모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국영원자력발전업체인 로사톰이 벨라루스 오스트로베츠에 짓고 있는 원전이 수도 빌니우스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가 실제로 원전사고를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실수로 방사능 누출사고가 일어나거나 아니면 거짓 누출 소식을 퍼뜨리면 리투아니아가 패닉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보스카이테 대통령은 "가짜 메시지도 리투아니아에 상당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빌니우스 지역 상수도 공급의 약 75%가 오스트로베츠 원전을 지나는 네리스강을 수원지로 하고 있고, 방사능 누출 사고가 날 경우 영향권이 되는 반경 100㎞에 리투아니아 인구 3분의1이 모여 살고 있다.

1991년까지 소련에 병합돼 있다 독립한 리투아니아는 러시아가 비전통적인 군사기술로 이웃을 뒤흔드는데 매우 능수능란하다는 점을 나토 회원국들에 계속해서 강조해오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의 우려가 기우라고 보고 있다. 로사톰의 원전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줄 것이라는게 이유다.

로사톰은 벨라루스 말고도 헝가리와 핀란드에서 현재 원전을 건설 중이고, 유럽 곳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한 EU 관료도 "러시아가 시한폭탄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록 고의적인 방사능 누출이나 거짓 누출 경보 등이 없다고 해도 러시아의 원전 건설이 유럽 안보에 위협적이라는 평가는 EU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사고를 가장한 공격보다는 유럽의 대러 에너지 의존 심화가 안보를 위협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에 대한 대응으로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리투아니아, 폴란드, 헝가리, 핀란드 등 4개국을 내년 5월까지 유럽 에너지 네트워크에 포함키로 했다.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오스트로베츠 원전이 위협용이 아니라 유럽에 전기를 팔기 위한 수익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벨라루스가 안전기준 준수를 확약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리투아니아의 불안은 그치지 않고 있다. 그리보스카이테 대통령은 "오스트로베츠 원전은 경제성이 없다"면서 계획이 계속 추진된다면 이는 경제적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을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