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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평창올림픽에 북핵 묻히지 않길

남북관계 개선 시험대 올라.. 北, 시간벌기에 악용 없어야

남북한이 9일 판문점에서 마주 앉는다. 북한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 방식을 논의할 고위급회담이다. 북한 선수단의 참가 전망은 낙관할 만하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먼저 제안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발 빠르게 화답하면서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남북 간 대화를 100% 지지한다"고 했다. 그러나 남북 쌍방에 기회인 동시에 위기일 수도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은 평창발 훈풍이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태도 변화로 이어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음을 유념할 때다.

한반도 이슈는 늘 민족 내부문제인 동시에 국제적 현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남북관계의 이중성이다. 이번 평창올림픽의 북한 참가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6일 남북회담이 "큰 시작"이라면서도 "그들이 올림픽을 넘어서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한 데서도 감지되는 기류다. 즉 평창을 매개로 한 남북 대화를 지지하지만 이후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미국으로선 이번 남북 회담을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 대화를 겨냥한 리트머스 시험지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북한의 태도가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직접 통화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도 "거기에는 조건이 따른다"고 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강력한 압박 카드를 다시 꺼낼 것이라는 시사다. 김정은 정권은 남북 대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는 피하면서 평창올림픽 이후 핵보유국 인정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미망일랑 속히 버리기 바란다,

저간의 사정이 이럴진대 출범 이후 처음 남북 관계의 운전대를 잡은 문재인정부의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북한의 참가는 평창올림픽의 대성공을 위한 중요한 필요조건 가운데 하나임은 분명하다.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본질이라는 국제사회의 기본 인식은 그대로다. 정부가 이번 회담이 북한의 핵무장 완성을 위한 시간벌기에 악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이 며칠 전 "과거처럼 유약하게 대화만 추구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대목을 액면 그대로 믿고 싶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8일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와 관련해 논의를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인식은 기본적으로 옳다.
남북 간 모든 현안에 열린 자세로 임하되 회담이 정치.군사적 공방의 장으로 변질돼선 곤란하다. 북한이 올림픽 참가를 지렛대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을 요구할 개연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엇박자를 낼 반대급부를 요구할 경우 핵.미사일 도발 중단이 선행돼야 함을 확실히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