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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낙관하기 이른 성장률 3%대 회복

한은 4분기 GDP -0.2%.. 규제 풀어 불씨 살려가야

우리 경제가 3년 만에 성장률 3%대를 회복했다. 한국은행은 25일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3.1%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은 -0.2%로 9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성장률이 3%대를 회복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한은은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낙관하기는 이르다. 4·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것에 주목해야 한다. 한은은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낙폭(1.7%포인트)이 너무 크다.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1.1%, 0.6%, 1.5%, -0.2%)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뚜렷이 나타난다. 기저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두 분기를 합산해보면 하반기 실적(1.3%)이 상반기(1.7%)를 훨씬 밑돈다. 경기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내용 면에서도 성장세가 탄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수출이 성장엔진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반도체 한 품목에만 지나치게 의존해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여기에다 대외환경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는 올해 우리 수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미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원화.국제유가.금리의 급격한 동반상승, 즉 '신3고'도 수출과 내수 경기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지난해 성장률 3%대 문턱을 넘기는 했지만 올해도 이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와 한은은 예상 성장률을 3%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LG 등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대부분 2.8%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여건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는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듯하다. 최근에 연이어 내놓고 있는 마구잡이식 부동산 대책을 보면 그렇다. 거친 대책으로 투기 잡으려다 건설경기까지 잡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최근 들어 혁신성장을 강조하면서 규제개혁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문제는 실천이다.
역대 정부처럼 말의 성찬에 그쳐서는 안된다. 지속적으로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면 규제를 풀어 신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노사정 대화를 복원해 노동개혁에도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