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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스마트시티, 혁명적 규제혁신 모델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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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세종 시범도시 선정.. U시티 전철 밟지 말아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29일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 세종시 연동면 5-1 생활권과 부산시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두 곳을 뽑았다. 세종시 5-1 생활권은 에너지와 교통, 에코델타시티는 수변도시와 국제물류에 중점을 둔다. 이들 도시에는 앞으로 차세대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 스마트그리드 등 첨단기술을 볼 수 있다. 정부는 하반기 시범도시를 추가 선정한다.

2주 전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 2018의 슬로건은 '스마트시티의 미래'였다. 이 박람회에서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플랫폼에 연결한 '삼성시티' 청사진을 제시했고, 구글과 아마존은 AI 생태계 장악을 위한 스마트 전략을 선보였다. 일부 데이터와 기술을 가진 소수의 거대기업이 부를 독점할 수 있다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스마트시티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CES 2018은 그걸 보여준 자리다.

중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1조위안을 들여 500개의 스마트 도시를 짓는다. 인도는 99개 도시에 32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의 스마트시티 사업은 경쟁국보다 뒤처졌다. 한국만의 스마트시티 방향성과 장기 로드맵도 보이질 않는다. 중국은 스마트시티를 '지혜성시(智慧城市)'라 부른다. 현재 세계 흐름은 스마트시티를 넘어 4단계인 와이즈시티(wise city)로 진화 중이다. 와이즈시티는 기술, 혁신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권한 강화, 사회 통합, 불평등 해소 등이 모두 융합된 도시를 말한다,

한국 스마트시티의 뿌리는 2000년대 중반 유비쿼터스 도시(U시티)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든 길은 유비쿼터스로 통한다는 말까지 나온 시절이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경쟁에 나서면서 당시 후보 도시만 30곳이 넘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U시티가 실패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신기술을 선보이기에 급급한 나머지 정작 생활에서 필요한 편리함을 갖추지 못했다. 민간 영역을 공공이 무리하게 주도한 점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정권이 바뀐 후 용도폐기됐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가 이 전철을 밟지않길 바란다.

세계는 스마트시티라는 플랫폼을 전 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나라로 한국을 주목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과 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데다 20세기 들어 허허벌판에 신도시를 지어본 경험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는 한국의 뛰어난 정보기술력에 창의성을 입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스마트시티에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말처럼 스마트시티가 혁명적 규제혁신의 첫 무대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