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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입' 바통터치...떠나는 박수현, 데뷔전 치른 김의겸

대통령의 '입' 바통터치...떠나는 박수현, 데뷔전 치른 김의겸
청와대 김의겸 신임 대변인(오른쪽)과 박수현 전 대변인이 2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입'이 2일 바통터치를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대변인으로 활동한 박수현 대변인은 6월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직에 도전하기 위해 이날 청와대를 떠났다. 인수인계를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출근한 후임 김의겸 대변인은 '내정자' 꼬리표를 떼고, 문 대통령의 평창올림픽 기간 정상외교 일정 브리핑을 시작으로 대변인 업무를 개시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을 방문해 '고별 브리핑'을 했다. 그는 취임 당시 '대변인의 말이 청와대의 품격이라고 말씀드렸고 말을 잘한다는 것은 잘 듣는다는 것이고, 기자의 전화·말을 국민의 목소리라 듣겠다'고 말한 점을 상기했다. "국회·야당의 말도 잘 듣겠다고 했는데 이 모든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 떠나는 마당에 죄송한 마음도 든다" 며 "청와대에서 느낀 제 경험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작은 보탬이라도 되도록, 제가 어디 있든 정성을 다해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의 대변인으로 활약하며 '안희정의 입' 역할을 했던 그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문 대통령의 입'이 됐다. 청와대 입성 첫 날, "계속 서울과 공주를 오가며 출퇴근 할 것이냐"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 곧바로 청와대 옆 '대경빌라'(대통령 경호실 빌라)에 입주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대변인 업무에 매진했다. 문 대통령은 비서관급인 박 대변인에게 "모든 회의에 참석하라. 모든 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실세"라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박 전 대변인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말에 "북한 핵과 미사일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교 문제, 이런 것들 때문에 굉장히 긴박하고 손에 땀이 났다"고 털어놨다. 박 전 대변인은 "통상 새벽 5시 반부터 회의에 들어가는 7시 반까지 2시간 동안 거의 모든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받는데 평균 50통 정도를 그 시간에 받았다"고 말해, 매일 기자들의 취재에 응대하는 일도 쉽지 않았음을 에둘러 설명했다. 그는 "솔직한 심정으로 말씀드리면 대변인이 워낙 격무를 해서 섭섭하기보다는 시원한 느낌이 더 강하다"며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이 두 사람일 텐데 첫 번째는 대통령이고 두 번째는 당연히 기자들"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변인은 고별 브리핑과 함께 출입기자들에게 손글씨가 인쇄된 카드를 전했다.

대통령의 '입' 바통터치...떠나는 박수현, 데뷔전 치른 김의겸
청와대 김의겸 신임 대변인 2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 첫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별 브리핑을 마친 박 전 대변인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의겸 대변인, 권혁기 춘추관장과 차례로 포옹하고 브리핑룸을 떠났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신임 김의겸 대변인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세상에 알린 '특종 기자' 출신이다.

그는 첫 일성으로 "궁금한 점은 대통령께 열심히 물어보겠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2일 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했다. 김 대변인은 "오찬 자리에서 '출입기자의 말진, 2진이 돼서 궁금한 점은 직접 여쭤보겠다. 귀찮게 해드리겠다고 말했더니, 문 대통령이 '와서 직접 물어보고 대답을 듣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언제든지 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 내정 발표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내정자 발탁은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밝혀, 문 대통령으로부터 높은 신임을 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 김 대변인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당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있었던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취재한 바 있다.

김 대변인은 전임 박 대변인처럼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모든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먼저 "대통령 일정에 대변인이 참석하는 것은 의무이자, 권리다.
계속 참석하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첫 브리핑 직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많이 떨렸다. 목소리도 갈라지고, 보고 읽는 것도 왜 못하나 했다"고 답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