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세계 증시 불안, 호들갑 떨 일 아니다

긴축은 정상화로 가는 길.. 거품 제거는 되레 반길 일

세계 증시가 불안하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선 3대 지표인 다우와 나스닥,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가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 여파로 아시아 증시도 흔들렸다. 6일 서울과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홍콩 지수가 다 떨어졌다. 경제전문 CNBC 방송은 "월가가 기괴한 현기증을 겪었다"고 말했다. 딱히 이렇다 할 악재 없이 증시가 기력을 잃었다는 뜻이다. 짧게 보면 기괴하다고 볼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올 게 왔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 특히 증시는 유동성 파티를 즐겼다. 2008년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정통 이론을 버리고 비상대책을 마련했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가 그것이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0% 가까이 낮춘 데 이어 수조달러에 이르는 유동성을 시장에 풀었다. 한국을 비롯해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도 그 뒤를 따랐다. 그 덕에 세계 증시는 1930년대 대공황 때와 같은 대폭락을 피했다.

지금은 오히려 효과가 너무 좋아서 탈이다. 다우지수는 지난 1월 사상 최고점인 2만6000 선을 뚫고 나갔다. 금융위기 직후 최저점인 6500대에 비하면 4배나 높다. 그 뒤엔 탄탄한 미국 경제가 있다. 성장률은 3%를 오르내릴 만큼 강하다. 실업률은 4%대 초반으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마당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초대형 감세와 규제완화로 주가에 기름을 부었다. 얼마 전엔 1조5000억달러(약 160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지나치게 잘 굴러가는 경제엔 늘 거품이 끼게 마련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현재 우리는 주식시장의 버블과 채권시장의 버블이라는 두 가지 버블을 가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업률이 낮아 사람 구하기가 힘들면 임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임금이 뛰면 물가도 꿈틀댄다. 연준은 '물가 보안관'이다. 물가가 심상찮다 싶으면 여지없이 금리인상 카드를 내민다. 뉴욕 증시가 급락한 데는 금리인상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긴축은 주가의 적이다.

해외든 국내든 어차피 한두 차례 주가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코스피도 코스닥도 거침없이 올랐다. 미국은 이미 금리인상 궤도에 들어섰다. 연준이 올해 금리를 서너 차례 더 올리면 한국은행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금리역전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다. 크게 보면 글로벌 금리인상은 정상화로 가는 길이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초장기 저금리에 편승한 주가 호시절은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그렇다고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현실로 다가선 긴축의 시대에 차분히 적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