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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드러난 최저임금 역설, 큰 틀 다시 짜야

실업수당 신청 32% 껑충.. 속도조절, 말보다 실천을

실업수당 신규 신청자수가 급증했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수는 15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32.2%나 늘었다. 신규 신청자와 증가율은 관련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치다. 실업급여는 구조조정이나 폐업 등 원치 않는 실업 추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중소기업 취업자수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조사에서 300인 미만의 중소 제조업체의 고용보험 가입자(취업자)가 1년 전보다 1만5000명 줄었다. 6개월째 감소세다. 중소 제조업체 취업자가 6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201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이를 조선업 구조조정의 영향이라고 설명하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조선업을 포함해도 취업자가 1만2000명 늘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견디는 데 반해 중소기업은 버티지 못하고 인력을 줄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저임금의 역설은 예견됐던 일이다. 작년 9월 한국을 찾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이 과속하면 저숙련 노동자들이 낙오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오르기 전인 작년 말부터 전조가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음식.숙박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4만9000명(-2.1%) 줄었다. 6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이다. 경비원이 속한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도 9000명(-0.7%)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의 명분과 취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사회취약계층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건 심각한 문제다. 원인은 과속이다. 지난해 나라경제가 3.1% 성장했는데 최저임금은 16.4%가 올랐다. 부작용이 없는 게 이상할 정도다. 그러니 이를 막는 땜질식 대책이 줄을 잇는다.

그나마 최근 들어 청와대를 비롯해 당정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속도조절론을 들고 나온 것은 다행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주 한국경영자총협회 행사에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고심이 크다는 것을 잘 안다. 경제에 미치는 부담 정도를 봐가면서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김영주 고용부 장관도 최저임금 1만원 시점에 대해 "2020년으로 못 박지 않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실천이다. 14일이면 통계청에서 1월 고용동향과 청년실업률 통계가 나온다.
정부는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말로만 외칠 게 아니다. 잘못 끼운 첫 단추가 문제다. 최저임금의 산입범위, 지역.업종별 차등화, 근로시간 단축 등 큰 틀에서 다시 들여다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