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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의 롯데] 경영권 분쟁 재점화..롯데 지배구조 ‘신동빈체제’ 흔들리나

신동빈 회장 구속… 거센 후폭풍
광윤사가 최대주주인 일본롯데홀딩스 "경영공백 우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회장 일본롯데 대표직 해임 요구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중심 비상경영 체제 돌입

[충격의 롯데] 경영권 분쟁 재점화..롯데 지배구조 ‘신동빈체제’ 흔들리나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 게양대에서 롯데호텔 사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기의 로고는 롯데그룹이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신동빈 회장 체제의 '뉴롯데' 출범과 함께 리뉴얼한 것이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속에 따른 후폭풍이 본격화하고 있다. 당장 한.일 롯데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가 최대주주인 일본롯데홀딩스가 신 회장의 구속과 경영공백에 따른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여기에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직 해임을 요구하고 나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 중심의 한.일 롯데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동빈 중심 한·일 지배구조 '흔들'

1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신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것과 관련, 신동주 전 부회장은 광윤사 대표 명의로 '신동빈 회장에 대한 유죄판결과 징역형의 집행에 대해서'라는 입장자료를 내고 신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직 사임과 해임을 요구했다.

광윤사는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 99%를 보유한 일본롯데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인 회사로, 한·일 롯데 지배구도의 정점에 있다. 신 전 부회장은 "한 .일 롯데의 대표자 지위에 있는 사람이 횡령, 배임, 뇌물 등의 범죄행위로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된 것은 롯데그룹 70년 역사상 전대미문의 일이며 극도로 우려되는 사태"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신동빈씨의 즉시 사임.해임은 물론 회사의 근본적인 쇄신이 불가결하고 매우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일본롯데의 지주사인 일본롯데홀딩스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 주요 주주이며 신 회장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신 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함께 일본롯데홀딩스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책임을 지고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보다 경영진의 비리에 훨씬 엄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롯데홀딩스가 조만간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을 소집해 실형을 선고받은 신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결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쓰쿠다 사장이 신 회장의 측근 인사인 데다 그동안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의 우호지분을 다져 놓은 만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이와 관련한 판단을 유보할 가능성이 크고 당분간 신동빈 회장의 경영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 회장의 구속을 빌미 삼아 신 전 부회장이 다시 경영권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현지 한 신문은 "신동빈 회장의 구속으로 롯데그룹의 총수가 부재해 그룹의 장기전략과 기업이미지 훼손, 일본롯데홀딩스 상장 등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앞으로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롯데 관계자는 "일본롯데홀딩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격의 롯데] 경영권 분쟁 재점화..롯데 지배구조 ‘신동빈체제’ 흔들리나


■ 롯데, 황각규 중심 비상경영체제 돌입

신 회장 법정구속으로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롯데그룹은 이날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롯데는 롯데지주 공동대표인 황 부회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황 부회장과 민형기 컴플라이언스위원장, 4개 사업군(BU) 부회장을 주축으로 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했다. 4개 BU 부회장은 이원준 유통BU장, 이재혁 식품BU장, 허수영 화학BU장, 송용덕 호텔&서비스BU장 등이다.

롯데 관계자는 "총수 부재로 인한 경영공백 사태를 막고 내부 임직원, 협력사, 외부 고객사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향후 주요 경영현안을 전문경영인들이 주축이 된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풀어나갈 계획이다. 롯데지주는 애초 신 회장의 재판 결과를 낙관하고 설 연휴 하루 전날인 14일을 휴무일로 지정했다가 뜻밖에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주요 임직원이 모두 출근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한편 신 회장 구속으로 롯데 핵심사업 중 하나인 면세점사업도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재판부가 롯데그룹이 K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낸 것이 제3자 뇌물공여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면세특허 취소 여부를 놓고 검토에 착수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충분한 법리검토를 거쳐 면세 특허취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특허취소 여부를 판단하려면 롯데의 1심 유죄 판결 이유가 된 위법 사항이 관세법상 특허 취소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롯데 월드타워면세점이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