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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글씨, 보물로 지정

문화재청은 19세기 대표적 학자이자 서화가였던 추사 김정희의 글씨 3점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20일 밝혔다.

추사 김정희는 18세기 말부터 19세기까지의 세도정치 기간에 문인이자 정치가로 활동했으며 금석문의 서예적 가치를 재평가한 추사체를 창안해 한국 서예사에 큰 자취를 남겼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3건의 서예 역시 김정회의 이러한 학문적, 예술적 관심과 재능이 구현된 작품으로 앞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이해하는데 지표가 될 전망이다.

추사 김정희 글씨, 보물로 지정
대팽고회
먼저 '김정희 필 대팽고회'는 작가가 세상을 뜬 해인 철종 7년인 1856년에 쓴 만년작으로 두 폭으로 구성된 예서 작품이다. 내용은 중국 명나라 문인 오종잠의 '중추가연'이라는 시에서 유래한 것으로 "푸짐하게 차린 음식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이고 성대한 연회는 부부, 아들딸, 손자라네"라는 글귀를 쓴 것이다. 평범한 일상생활이 가장 이상적인 경지라는 내용에 걸맞게 꾸밈이 없는 소박한 필치로 붓을 자유자재로 운용해 노 서예가의 인생관과 예술관이 응축된 대표작이다.

추사 김정희 글씨, 보물로 지정
차호호공
'김정희 필 차호호공'은 "잠시 밝은 달을 불러 세 벗을 이루고, 좋아서 매화와 함께 한 산에 사네"라는 문장을 예서로 쓴 두 폭의 작품이다. 두 번째 폭에는 '촉의 예서 필법으로 쓰다'라는 글귀를 넣어 중국 촉나라 시대의 비석에 새겨진 글씨를 응용했음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촉나라 예서는 단정하고 예스러운 필치가 특징이다. 이 작품은 금석학에 조예가 깊었던 김정희의 학문이 예술과 결합된 양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필획 사이의 간격이 넉넉하고 자획의 굵기가 다양하며 빠른 붓질로 속도감 있는 효과를 내는 등 운필의 멋을 최대한 살려 김정희 서예의 수작으로 꼽힌다.

추사 김정희 글씨, 보물로 지정
침계
마지막으로 '김정희 필 침계'는 화면 오른쪽으로 치우쳐 예서로 '침계' 두 글자를 쓰고, 왼쪽에는 행서로 8행에 걸쳐 발문을 썼으며, 두 과의 인장을 찍어 격식을 갖췄다. 침계는 김정희와 교유한 윤정현의 호다.

발문에 의하면 윤정현이 김정희한테 자신의 호를 써 달라고 부탁했으나 한나라 예서에 '침'자가 없기 때문에 30년간 고민하다가 해서와 예서를 합한 서체로 써 주었다고 한다. 작품의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 수십 년을 고민한 김정희의 작가적 태도와 이러한 김정희를 기다려 준 윤정현의 인내와 우정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해서와 예서의 필법을 혼합해서 쓴 '침계'는 김정희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구성과 필법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 김정희의 학문과 예술, 인품을 엿볼 수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한 김정희 필 침계 등 3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 및 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