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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맞댄' 정치권-GM, 성과없이 '미묘한 신경전' 만

정치권과 GM이 '군산공장 폐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미묘한 신경전' 속에 이렇다할 결론 도출없이 헤어졌다. 여야는 군산공장의 경영 악화 원인 및 폐쇄 결정 과정 등에 대한 추궁과 폐쇄 재검토를 주장했다. 반면, GM측은 '한국 투자 의지'는 확인하면서도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하거나 원칙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與野 vs GM '미묘한 신경전'
20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는 여야 5당 지도부와 GM 임원진들이 '군산공장 폐쇄' 사태에 대한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국회에서는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홍영표 GM사태 대책 태스크포스(TF) 위원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군산을 지역구로하는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 민주평화당 GM사태 대책위원회 정동영 위원장,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등이, GM측에서는 베리 앵글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당초 예정됐던 30분을 훌쩍 넘겨 1시간 가량 진행됐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오히려 양측의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됐다.

앵글 사장이 "한국에 남아 문제 해결하고 싶다. 신차투자 계획까지 포함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자, 김 원내대표는 '정부지원을 전제로 계획 세운 것이냐'고 되물었지만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김관영 의원의 "(공장 폐쇄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앵글 사장은 "수년간 20% 미만의 가동률로 일주일에 하루정도 일하는 것으로 수익창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군산공장 자체를 살리는 것은 어렵더라도 해고되는 사람은 없도록 노력하겠다"며 "22개 협력업체까지 5천여 명의 근로자가 있는데, 500명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 더 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영악화 및 폐쇄 결정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우 원내대표는 △과도한 비용의 본사 납입 △부품 비용 책정 문제 △(본사 차입금 관련) 고금리 대출 등을 지적했지만 앵글 사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노 원내대표는 "공장 폐쇄 전 국회를 방문하지 않아 아쉽다. 사전에 얘기해 피해를 최소화했어야 하지 않나"라고 따져 물었고 앵글 사장은 "도움을 준다면 누구라도 만나 적극적으로 상의하겠다"고 답했다.

■국회 먼저 간 GM사장, 속내는
올해 세 번째 방한 한 앵글 사장이 첫 외부 일정으로 국회를 찾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달과 올해 두 차례 한국을 찾아 기획재정부, 산업자원통상부, 산업은행 등 정부기관을 만나왔던 앵글 사장이 정부측에 제시했던 '데드라인(결정시한)'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여야 의원들을 만나면서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앞서 앵글 사장은 생산 물량이 배정되는 2월까지 한국GM 지원방안에 대해 결정할 것을 정부측에 촉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 요구사항을 내놓고 군산공장 폐쇄라는 승부수까지 띄운 GM이 마지막 압박 카드로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을 이용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앵글 사장은 향후 한국 사업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도 구체적인 설명 대신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조를 바란다"고 답하며, GM의 한국 사업 철수 여부는 정부의 결정에 달렸다는 입장을 에둘러 표하기도 했다.

한국GM의 명운을 한국 정부의 손에 넘긴 앵글 사장은 이번 방한 일정 중 정부측 관계자와 계획된 미팅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GM측은 "경영정상화 과정을 통해 한국에서의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정부 관계자보다는 노조 등 내부 관계자와의 회의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성초롱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