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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자리만 잡아도

안에서 2만 늘때 밖은 15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정답

해외로 나가는 일자리가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주 7대 대기업의 고용 현황(2010~2016년)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국내 직원은 7년간 2만여명(8.5%) 늘어난 데 비해 해외 직원은 15만명(70.5%) 넘게 늘어났다. 삼성전자가 단적인 예다. 국내 고용은 9만명 선으로 제자리걸음이지만 해외 고용은 9만명에서 21만명으로 급증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8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1만1953개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고용한 인원은 300만명을 넘어 국내 청년실업자 수의 6배가 넘는다. 돈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세계투자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1440억달러였던 한국의 투자유출액은 2016년 3061억달러로 2배가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투자유입액은 30%대 증가에 그쳤다.

물론 기업들이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격차가 너무 크다. 국내에서 '일자리 절벽'이라는 말이 나오고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개혁, 신산업 육성을 게을리한 결과 한국 경제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힘이 부쩍 약해진 탓이다.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게 규제다. 차량공유 사업에 관심을 보인 현대자동차는 최근 카풀 서비스업체인 럭시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우버가 규제에 막혀 한국사업을 포기한 지 3년째이지만 여전히 기득권 세력의 반발과 규제에 막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8에 이어 갤럭시 S9에도 원격의료 등 헬스케어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했지만 무용지물이다. 국내에선 의료법 등 각종 규제 때문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드론 하나 날리는 것도 허가를 받아야 할 지경이다.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일본.프랑스 등 선진국은 실업률이 일제히 떨어지면서 성장의 혜택을 본다. 한국만 예외다. 지난 2월 취업자 수가 10만명대로 8년 만에 최저다. 부작용을 감안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들이 되레 일자리를 갉아먹어서다. 세계 흐름과 정반대로 법인세도 올렸다.

최근 7년간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U턴 기업 수가 미국은 1200개, 일본은 1000개이지만 한국은 고작 수십개에 그친다.
미.일.프랑스 실업률이 괜히 떨어진 게 아니다. 세금을 내리고 규제를 풀어 기업을 유치하려 안간힘을 썼기 때문이다. 기업이 밖으로 나가고,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나라의 경제는 성장할 수 없고 일자리도 만들어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