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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철강 막느라 車 내준 한.미FTA 협상

선방했지만 출혈 적지 않아..  통상조직·인력 더 확충하길

한국이 미국의 철강 관세폭탄을 피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발표한 철강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결과는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25% 철강관세를 면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우려했던 농산물 시장도 지켰다. 미측이 협상 초기 들고 나왔던 관세부활이나 미국산 자동차부품 사용 의무화 등도 철회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한.미 FTA 폐기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아온 것을 생각하면 협상을 큰 충돌 없이 조기에 마무리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두 나라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이 걸린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지금이 한.미 간 공조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출혈도 적지 않았다. 자동차 부문에서 희생을 감수했다. 철강을 지키느라 자동차를 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상됐던 결과다. 미측은 협상 초기부터 자동차 부문에 협상력을 집중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대미 무역흑자액(129억7000만달러)의 73%가 자동차 한 품목에서 나왔다. 우리가 미국의 요구를 전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동차에서 어느 정도 양보는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다. 철강 수출쿼터가 74%로 설정됨에 따라 지난해 실적보다 26%를 줄여야 하는 부담도 떠안게 됐다.

픽업트럭 관세 유지는 아픈 부분이다. 한국은 현재 픽업트럭을 미국에 수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협상팀이 쉽게 양보를 한 것 같다. 관세 철폐 시한을 2021년에서 2041년으로 늦춘 것은 양보의 폭이 너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차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픽업트럭은 미래시장으로 주목받는 분야다. 미국 전체 자동차 수입 시장의 15%를 차지한다. 현대·기아차 등이 2~3년 내 미국 시장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합의로 이것이 불가능해졌다. 한국산 픽업트럭의 미국 진출 시기가 20년 이상 늦춰지게 된 것은 적지 않은 손실이다.

미국과의 통상협상이 첫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앞으로도 파상적인 공세가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1, 2위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먹구름에도 대비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사이에 낀 한국이 입을 피해를 줄이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통상교섭본부 조직과 인력을 더 확충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