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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핫이슈 핫현장] '이마트 베트남 고밥점' "철저한 현지화로 매출 두자릿수 성장..2020년 5개점 오픈 목표"

개점 1년새 목표 대비 매출 120% 달성… 작년 24.1%성장
주말 1만5000명 방문… 호찌민 마트 중 방문객 가장 많아
현지식.한식 등 다양한 메뉴 맛볼 수 있는 '델리코너' 확장
게임시설.놀이공간 등 마련 '문화가 있는 쇼핑 공간' 운영

[유통업계 핫이슈 핫현장] '이마트 베트남 고밥점' "철저한 현지화로 매출 두자릿수 성장..2020년 5개점 오픈 목표"

[유통업계 핫이슈 핫현장] '이마트 베트남 고밥점' "철저한 현지화로 매출 두자릿수 성장..2020년 5개점 오픈 목표"
베트남 호찌민의 고밥거리에 있는 이마트 고밥점에서 지난 6일 현지 주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이마트는 현지화를 통해 고밥점의 매출이 연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 호찌민(베트남)=오은선 기자】 지난 6일 오전 베트남 호찌민의 중심가 고밥거리에 자리잡은 이마트의 고밥점. 반찬거리를 사러 온 부 반 티엔씨(43)는 해산물 코너에서 집게가 묶인 게 한 마리를 번쩍 들어올렸다. 정말 신선한 게 인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보기 위해서다. 이날 식재료를 손으로 집어보고 고르는 사람은 부씨 뿐만이 아니었다. 게와 같은 갑각류부터 조개류, 생고기까지 각 코너 앞에는 재료를 눌러보고 들어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천병기 이마트 베트남 법인장은 "위생을 위해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현지인들은 고기나 생선 등을 살 때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산다"면서 "현지 고객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처음부터 매대의 높이를 낮추고 오픈형으로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지난 2015년 12월 베트남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매장은 고밥점 하나밖에 없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개점 1년 만에 매출이 목표 대비 120%를 달성했고 지난해에도 전년에 비해 24.1%성장했다. 호찌민 내 마트 가운데 방문객도 가장 많다. 평일 1만명, 주말엔 1만5000명 수준이다. 연중 최대의 설 명절인 '뗏'을 3번 정도 겪고 나니 약 1만㎡의 매장면적이 부족할 정도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2호점부터 규모를 더욱 늘릴 예정이다.

■철저한 현지화.콘텐츠로 승부

천 법인장은 고밥점의 성공요인으로 '철저한 현지화'를 꼽았다. 이마트 베트남 법인은 진출 전부터 사전 조사에 공을 많이 들였다. 이마트 관계자가 직접 베트남 현지인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몸으로 문화를 체험했다. 겉으로만 현지 매장을 흉내 내는게 아닌 젊은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것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매장 근무자도 현지인이 95%가 넘는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해 말 중국에 진출한 지 20년만에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베트남 현지 공부는 당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이었다. 천 법인장은 "현지 상품들만 잔뜩 들어와있던 중국매장은 다른 유통업체와 비교해서 딱히 차별점이 없었다"며 "자기만의 콘텐츠가 있는 매장이 되기 위해 베트남엔 공을 많이 들였다"고 말했다.

델리코너 확장은 이마트가 가진 강력한 콘텐츠 중 하나다. 다른 유통매장에 비해 훨씬 큰 규모를 자랑한다. 쌀국수, 반미(베트남식 바게트 샌드위치)에서부터 비빔밥, 불고기도시락 등 현지에서 인기있는 한국 음식까지 다양한 메뉴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조리 담당자는 개점 전 18개월 동안이나 교육받았다. 삼시세끼 대부분을 밖에서 해결하는 베트남인들의 니즈를 완벽하게 파악한 모습이다.

■문화가 있는 쇼핑공간 운영

이마트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 중 하나는 '문화가 있는 공간'이다. 이마트 고밥점은 단순히 할인점의 역할만을 하지 않는다. 고객들이 먹고 즐기고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베트남 젊은 층이 깔끔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여가를 보낼만한 환경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2층은 게임 시설, 아이들의 놀이공간 등이 자리잡고 있고, 건물 외부 벽면엔 커다랗게 그려진 날개 포토스팟도 있다. '방문 인증샷'을 찍는 공간이다.

현지인들이 이마트의 노란색 이미지를 좋아한다는 점도 활용했다. 노란색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카트를 한국에서 직접 가져왔다. 현지인들은 오토바이를 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장을 보지 않는다. 객단가가 2만원이 채 안 된다. 하지만 대형 카트는 SNS상에서 'emartvietnam'으로 검색하면 심심찮게 인증샷을 찾아볼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밥점이 웨딩사진이나 광고촬영의 배경으로도 쓰이는 등 현지인들에게 사진포인트로 인식되고 있다"며 "친근한 이미지로 젊은 고객들을 사로잡아 집객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현지 온라인 마케팅의 성공 사례다.

■2020년까지 호찌민에 5개점 개장

아직 진출 초기단계인 이마트 베트남법인은 투자에 속도를 가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의 주요 거점으로 삼아 오는 2020년까지 호찌민에 2억달러를 투자해 5개 점포를 열 계획이다. 당장 고밥점에서 7㎞ 떨어진 곳에 2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국가 소유의 부지가 비싸고 공무원들의 입김이 여전히 센 베트남 특성상 직영만으로는 속도가 느릴수 있어 필요에 따라 프랜차이즈 형태로 진출할 계획도 있다. 대형점 뿐 아니라 쇼핑몰 등으로도 확대 진출할 생각이다.

이마트는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노란색의 오토바이 헬멧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지역유치원과 함께 식생활 개선 캠페인을 펼친다. 학교 앞 스쿨존을 만드는 '옐로우카펫' 활동도 진행 중이다. 천 법인장은 "한국제품을 갖다놓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초기단계에서 친베트남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베트남을 기반으로 동남아에서 단순 유통채널이 아닌 브랜드로서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